국책은행들, 해외진출 가속페달
입력 2011-05-31 18:44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적인 국책은행들의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여기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갈수록 늘면서 발 빠른 정보 제공과 금융 편의 지원에 국책은행들이 한몫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중국 내 여덟 번째 분행을 광둥성 선전에 개설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선전 분행은 광둥성에 진출한 중소기업과 현지 중국·외국계 중소기업에 특화된 금융노하우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중국 내 베이징이나 상하이 1∼2개 영업점 개설도 노리고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3∼4년 전 수립한 해외진출 목표가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베트남 하노이와 필리핀 마닐라 등에 사무소를 만들고, 1인 주재원을 두는 국가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볼리비아 등으로 확대한다. 지난 2월 해외 사업을 넓히기 위해 인도네시아 파닌(PANIN)은행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산업은행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타 은행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중국 랴오닝성의 선양과 쓰촨성의 청두에 지점과 사무소를 조만간 개설키로 했다.
국책은행들이 해외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갈수록 시중은행과의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시중은행을 능가할 특별한 수익성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지난해 말 이후 개인 소매금융을 확대하는 등 국내 시장을 공략하긴 했으나 금융당국의 자제 당부 등으로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국책은행의 해외진출 승인절차를 사후보고 형태로 전환한 것도 눈을 밖으로 돌리게 된 계기라는 평이다.
하지만 국책은행들의 해외진출이 교포를 상대로 한 ‘파이 나눠먹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지 경영 전략 등 구체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수년 전부터 해외에 나가있는 시중은행들조차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에 면밀한 전략 없이는 국책은행의 해외 성공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