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금 선진국 유턴”- “모르시는 말씀”… 세계 금융시장 변화 상반된 시각

입력 2011-05-31 21:38


이달 말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이 국채 매입 중단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멈추면 달러 가치가 올라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미국 등 선진국으로 ‘머니 무브(Money Move)’가 일어날 것이란 시나리오가 하나다. 반면 미국 경기가 당장 좋아질 조짐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달러 꼭지 잠그면 글로벌 투자자금 향방은?=미국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추락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09년 3월부터 10월까지 1차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실행했다. 기준금리를 1.00%에서 0.25%로 낮추고 미국 중앙은행을 통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1조7500억 달러를 풀었다.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2500억 달러)의 7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전 세계에 공급됐다. 그래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10월 6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물 국채를 매입하는 내용의 2차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이에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고 미국계 투자자금은 신흥국으로 이동해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 같은 달러 공급이 이달 말부터 일단 중단된다. 자연스레 달러 가치가 오르고, 미국의 ‘출구전략(유동성 회수)’까지 가시화되면 신흥국에 유입됐던 투자자금은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채권투자자 빌 그로스도 2차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을 자신하며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모두 팔아치웠다.

IBK투자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미국이 자금 회수를 본격화하지 않더라도 QE 종료 자체가 시장에는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2009년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됐을 때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커 국내 증시 조정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흥국 매력 여전, QE 종료 영향 ‘제한적’=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충격이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에 이미 알려진 ‘재료’로 5월 증시에 선반영됐다고 본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달 1∼25일까지 3조4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도 지난달까지 유출세가 컸지만 그 폭은 훨씬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형펀드 유출액이 2주전 16억 달러에서 지난주 10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고, 선진국 주식형펀드는 2주전 33억 달러에서 지난주 84억 달러로 유출액이 커졌다”며 “QE 종료를 앞두고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징후”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보다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이 연구원은 “양적완화 종료가 수술을 마친 환자(미국)가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환자는 여전히 누워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는 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양적완화 종료가 원자재 유가 등에 쏠렸던 투기 수요를 완화시키면서 그간 신흥국 경기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인플레이션 우려를 경감시키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