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사이버스토킹… 익명뒤에 숨은 魔의 얼굴

입력 2011-05-31 22:14


인터넷 게시판, 미니 홈페이지, 이메일, 휴대전화, 트위터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공포감을 주는 ‘사이버 스토킹’ 범죄가 늘고 있다.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사이버 스토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스토킹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형량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사이버 스토킹으로 입건된 건수는 1474건으로, 2009년의 950건보다 크게 늘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입건 수는 2006년 597건에 비하면 2.5배나 많다.

사이버 스토킹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부호, 문자, 그림을 악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내 공포감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이버 스토킹을 저지르는 피의자 연령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피의자는 10대 5.6%, 20대 28.1%, 30대 31.3%, 40대 25.3%, 50대 8.2%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특히 50대는 2006년 4.8%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통신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사이버 스토킹 범죄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메일 등을 통해 험담이나 음란한 말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공간의 제약도 없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범행은 쉽게 이뤄지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심각하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나운서 송지선씨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악의적인 인터넷 댓글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에게 ‘만나 달라’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50대 남성은 불구속 입건됐다.

일반인도 사이버 스토킹에 노출돼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사진, 전화번호, 신상명세 등 개인정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김모(32·여)씨는 “미니홈페이지 사진첩에 성적으로 수치심을 일으키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만나자는 협박 쪽지가 와서 홈페이지를 폐쇄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불안해서 미니홈페이지나 트위터를 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벌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내용을 보냈더라도 실행 가능한 내용이 아닐 경우에는 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를 보면 장난이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한 경우가 많다”면서 “사이버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을 환기시키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