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박지원, “청와대부터 말조심하라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냐”
입력 2011-05-31 22:41
민주당은 31일 청와대가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공갈협박’ ‘비겁한 짓’ 등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반발했다.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은 저축은행 사태의 성토장이었다. 특히 청와대로부터 ‘말조심할 3인방’으로 지목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용섭 대변인, 박선숙 의원은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 저축은행 진상조사TF 위원장인 박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말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는데 자기들부터 조심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막역한 사이라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정힐스골프장에 가면 두 사람이 만난 기록이 다 나온다. 청담동 한정식집의 기록도 확보했다”며 “둘이 무슨 관계이고, 정 수석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목포 보해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해 달라고 청와대에 부탁했다는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자기들 살려고 이런 짓을 하면, 계속 밝혀내겠다”며 “정진석 수석은 똑똑히 들으시라. 당신이 한 일을 말하라”고 발끈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냐. 나는 감옥에 4년 있었던 몸”이라며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박선숙 의원은 “실명을 밝히지 않고 장막 뒤에 숨어 핵심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야당을 겁주는 청와대는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은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2010년 5월 감사원장에게 저축은행 부실문제 보고를 받은 뒤 전수조사 지시했다고 당시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했으나 이미 4월에 전수조사가 끝났다”며 “이 대통령이 그날 무엇을 보고받고 무엇을 지시했기에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가 6월말에야 끝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의 행위가 비겁하고, 협박하는 행위는 뻔뻔스럽고 오만방자하다”며 “지은 죄가 없어 두려울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도 “청와대는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고개를 들 수 없고, 의혹의 중심에 선 것만 해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캐나다로 도피중인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의 커넥션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는 등 청와대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박씨는 현재 청와대에 있는 두 사람과 정부 핵심세력 한 사람과 막역한 관계”라고 주장했고, 조영택 의원은 “김 기획관리실장이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에 역할을 한 의혹이 있는 박씨와 각별하다고 들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의원의 청와대 로비설에 대해 “부산저축은행 최대주주인 박연호씨와 같은 고교 출신 의원이 우리 당에 8명 있다”면서 “저를 포함한 동문 의원들은 티끌만큼도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