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軍부대 표지판 ‘섬뜩’

입력 2011-05-31 18:14

‘북괴군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 ‘김일성 부관참시’ ‘멸북통일’.

중부전선 최전방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도로변 곳곳에 섬뜩한 문구가 적힌 군부대 표지판이 세워져 주민들 간에 때아닌 반공(反共)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철원군과 군부대에 따르면 육군 3사단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가 한순간에 초토화된 직후 장병들의 전투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부대 표지판 문구를 호전적인 내용으로 일제히 교체했다.

군부대 표지판에 대해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불안감을 주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는 입장과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으로 나눠 갑론을박하고 있다.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북한이 용서받지 못할 사건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지만 문구가 너무 거칠고 무시무시하다”며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고 철원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도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이 잦은 만큼 관광지 이미지를 위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쟁세대인 노년층 주민들은 “북한이 최근 6·25전쟁 당시 철원에 주둔했던 아군 부대에 참패한 44사단을 다시 전방에 배치해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전방 지역 주민들의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군부대의 당연한 조치”라며 문구 내용을 옹호하고 있다.

철원군 사회단체장들은 지난해 표지판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 부대장에게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논란을 빚는 표지판은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을 때 세워진 것”이라며 “장병들의 대(對)적관 확립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인 만큼 내용을 교체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철원=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