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갈등 他국립대도 ‘뇌관’
입력 2011-05-31 22:11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총장실 점거 사태로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서울대에서 촉발된 갈등은 법인화를 추진 중인 다른 국립대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학생들은 31일 이틀째 총장실 점거를 이어갔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이 참여한 서울대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대 행정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점거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대위 측은 “국회는 현재 상정된 법인화 폐기법안 논의를 즉시 개시해 6월 중 날치기 통과된 법인화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트위터에 “서울대법인화법은 날치기 통과라는 절차적 문제점 외에 대학의 자치라는 헌법적 원칙이 훼손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했다. 반면 서울대 학장단은 담화문을 내고 “법인화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점거농성을 조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인화 갈등은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대 법인화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립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2009년 울산과학기술대가 첫 국립대학법인이 된 뒤 지난해 서울대법인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는 부산대 경북대 인천대 전남대 등 주요 국립대에서 법인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대학본부와 교수회·총학생회 간의 학내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4월 ‘2011학년도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공고했다. 교과부의 안은 동일 지역 내의 국립대를 통폐합하거나 연합대학 형태를 만든 뒤 해당 대학을 법인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화를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행정·재정적 지원을 내걸며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
법인화 찬성 측에서는 법인화가 국립대에 자율성을 줘 대학을 특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국립대 체제는 정부 조직과 같아 자체적으로 조직·인사·예산 운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가 발전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 반대 측에서는 법인화가 되면 기초 학문이 고사하고 등록금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무원인 국립대 교직원의 신분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의 김형래 실행위원장은 “법인화는 대학 정체성의 근본적인 변화인데 학내 구성원이나 여론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립대들이 법인화만 되면 정부 지원이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법인화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