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친-반정부 충돌… ‘내전’ 돌입
입력 2011-05-31 21:42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예멘이 사실상 내전상태에 빠졌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등 내부의 적뿐만 아니라 혼란을 틈타 남부 지역을 장악한 알카에다라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곳곳에서 유혈 충돌=예멘 정부군과 공화국수비대가 30일(현지시간) 예멘 남부도시 타이즈에서 시위대에 발포해 20명 이상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예멘 군은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동원해 타이즈 시내 자유광장에 집결한 3000명가량의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공화국수비대는 남아 있던 시위대를 공격했다. 수비대는 광장의 텐트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불도저로 천막을 밀어버리고 사격도 했다고 시위대 간부가 주장했다. 또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도 나왔다.
반정부 성향의 예멘 최대 부족인 하시드 부족과 예멘 정부군이 휴전 합의를 깨고 30일 교전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양측은 지난 28일 휴전에 합의했었다. 31일 새벽에는 수도 사나에서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
예멘 군은 이날 알카에다 세력이 장악한 남부 아비얀주 주도인 진지바르를 전투기로 공격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예멘 군과 알카에다가 진지바르를 놓고 교전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진지바르 인근에서 매복 중이던 예멘 군인 4명이 살해되는 등 30일에만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군인 21명이 숨졌다. 알카에다 측도 전투로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으로 치닫는 혼란=진지바르는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겨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진지바르 인근 항구 도시 아덴에는 피난민 수천명이 몰려들어 학교, 사원 등에서 머물고 있다. 예멘 야권은 “살레 대통령이 알카에다의 활동을 방조하고 있다”며 혼란의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진지바르에는 알카에다뿐만 아니라 다른 무장 세력도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알카에다가 활개 칠 거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테러 동맹 관계였던 살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나에 있는 미 대사관은 예멘 정부의 시위대 진압에 대해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한 불법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하시드 부족의 경우 지난 27일 사나 외곽의 군 기지를 비롯해 국영 뉴스통신사 사바(SABA), 관광부, 상무부 등 일부 청사도 장악한 바 있다.
예멘 정국의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 미국, 인도, 카타르 등은 예멘 내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