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논란·루머 등 문제만 터지면 흔들리는 교회… 위기 지침 세우고 수습땐 소통 힘써야

입력 2011-05-31 20:23


#1. 경기도의 모 교회 담임목사는 올해 초 성추행 의혹과 재정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몇 달 후 성추행은 사실과 다르고 재정 문제도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목회자는 비윤리적 목회자로 낙인찍히고 많은 교인도 교회를 떠났다.

#2. 서울의 모 교회는 터무니없는 루머로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기도와 전도에 집중했고 결국 리더십에 흠집을 내려던 시도는 자취를 감췄다. 교회가 평소 외부와 원활한 소통에 힘썼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위기관리가 기업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산장애 해킹 지진뿐 아니라 경영진의 리더십 훼손이나 상실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위기관리 연습까지 하고 있다. 어렵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교회는 전혀 딴판이다.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목회자와 성도들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 문제를 확대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다보니 안티 기독교 세력의 무분별한 공격이 고스란히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돌아가고 있다. 현장의 교계 전문가와 지도자들은 무엇보다 교회가 투명성과 소통 능력을 높이고 바른 교회관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조성돈 실천신대 목회사회학 교수는 “교회가 원래 평상시엔 은혜롭게 잘 운영되지만 위기를 만나면 금세 혼란에 빠진다”면서 “체계와 절차가 합의되어 있지 않다보니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야기를 유포시켜 문제를 확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이지만 인간들의 조직이기에 위기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갖추고 당회든 노회든 결론을 내리면 그것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장 합동 평양노회장을 지낸 고영기 서울 상암월드교회 목사도 “노회 안에서 문제가 됐던 3개 교회를 처리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목사-장로-교인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다보니 위기가 닥치면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극단을 달리게 된다”고 귀띔했다. 고 목사는 “교회 위기는 대부분 ‘진리냐 비진리냐’ 문제가 아니기에 흑백논리로 몰고 가면 수습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겸손한 자세로 대화에 나설 때 상대방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결코 오염되지 않은, 이상적이고 완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적인 사고방식으로 교회나 목회자를 공격하고 하나님 경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교회는 불완전한 사람들로 구성된 곳이기에 완벽한 교회를 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일구고 지도자로서 백번 조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만약 의사가 환자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왜 이리 아픈 것이냐’며 매스를 들이대며 수술부터 하자고 한다면 어떻겠느냐”면서 “교회 문제도 결국은 긍정적으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