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처방대로 넣고 빼고… 펀드투자도 ‘관리’ 받아요

입력 2011-05-31 22:05


1년새 잔고 2조원 이상 급증… ‘펀드 랩’ 인기몰이

올해 대기업에 입사한 가희창(28)씨는 재테크 방법을 고심한 끝에 ‘펀드 랩’ 투자를 결정했다. 잘 알지 못하는 주식시장에 함부로 뛰어들 수 없고, 9700개가 넘는 수많은 종목 가운데 수익성 좋은 펀드를 구별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펀드 랩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전문가가 여러 가지 펀드에 적절히 분산투자해주는 상품이다. 가씨는 “두세 가지 펀드를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면서 수익 역시 잘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요동치며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주춤하는 가운데 펀드 랩을 재테크 대안으로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접 투자의 위험 부담을 피하면서도 랩어카운트 특유의 조절 시스템으로 괜찮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펀드 랩 상품 잔고는 지난해 5월말 1조8576억원에서 이달 현재 4조235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씨처럼 목돈 마련을 위해 매달 꾸준히 소액을 투자하는 사람부터 여유자금을 불리기 위해 1000만원 이상을 운용하는 사람까지, 펀드 랩은 다양한 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도 결합=펀드 랩은 최근에는 자문 서비스까지 결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Dr.S 리밸런싱 펀드 랩’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외 주식형, 국내 채권형, 원자재 관련 펀드 등 서로 다른 성격의 23개 펀드를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의 자문을 토대로 운용한다.

투자자가 스스로 펀드 비중을 선택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그때 그때의 시장 상황에 맞춰 펀드 종목을 알아서 조절해준다. 가입금액은 3000만원 이상이며, 500만원 이상 추가 입금도 가능하다.

고객이 투자하는 펀드를 진단해 고객 성향대로 포트폴리오를 맞춤식 ‘처방’하는 상품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펀드 랩을 운용하며 ‘펀드클리닉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운용하는 ‘써프라이즈 적립식 펀드 랩’ 상품은 투자일임 수수료가 아예 없는 것이 특징이다. 위험조정 수익률, 펀드매니저의 역량까지 다양한 지표를 분석해 ‘베스트 펀드’를 선정·운용한다. 대신증권에서 2008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대신 부자베스트 펀드 랩’도 6개월마다 편입 펀드를 ‘1등 펀드’들로 업데이트 해준다.

◇투자자 다양한 욕구 만족시키는 상품=해외주식시장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도 맞춤형 펀드 랩이 있다. 동양종금증권이 운용 중인 글로벌 자산배분형 랩어카운트 ‘동양 월드드림 펀드 랩’에 가입하면 국가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다양한 해외 증시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국내외 증시에 간접 투자하는 ‘동양 월드드림Ⅰ형’과 100% 해외에 투자하는 ‘동양 월드드림Ⅱ형’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초 내놓은 ‘투탑-펀드 랩’ 등 네 가지 펀드 랩 상품도 투자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적립식의 경우 소액인 10만원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최근 한 달간 주식형펀드에서 3조6556억원이 유출될 동안 이 상품에 1080억원이 몰렸을 정도다. 그 외에도 미래에셋의 ‘베스트 ETF 랩’은 ETF(상장지수펀드)를 랩어카운트와 결합해 눈길을 끈다. 올해까지 ETF 매매에 따른 증권 거래세의 면제 혜택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투자가 가능하다. 1년 이상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은 현대증권의 ‘타겟 모어 펀드 랩’이 제공하는 최대 20% 수수료 할인 서비스를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는 공격적 투자자들에게는 펀드 랩이 적합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많이 생겨난 ETF 펀드는 변동성이 낮아 증시가 상승 국면에 있을 때 답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포트폴리오 운용팀 윤혜진 과장은 “종목을 바꿀 때마다 환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 단기 투자자들 틈에서 단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