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Aggregation(접합)

입력 2011-05-31 17:58


우리는 종이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재료라고 생각하지만, 한지는 천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오래 전부터 약재를 포장하거나 책을 만들 때 쓰였다. 한지로 만들어진 책 중에서 더 이상 수요가 없는, 오랫동안 잊혀져 낱장의 종이로 분해된 것들이 전광영의 작업 재료로 사용된다. 작가가 어릴 적 한약방에서 봤던 한지 꾸러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수백 개의 삼각형 꾸러미를 접합해 불규칙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분화구를 연상시키는 크고 어두운 타원형의 빈 공간은 자연에서 얻은 색으로 음양효과를 낸 것이다. 원형이나 사각형이 서양의 문양이라면 삼각형은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동양의 문양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는 것은 모더니즘적 단순성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그의 작품은 대변하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