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최종철] 미·중 G2체제 등장할 것인가?
입력 2011-05-31 17:49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이어 1991년 소련이 와해되자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신세계 질서가 등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후 약 10여년 동안 세계는 미국 일극 지배 하에서 역동적 변화의 길을 걸었다.
2001년 9·11사태를 맞아 미국의 리더십은 예기치 못한 덫에 걸리고 말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하고 알카에다 세력을 괴멸시키려는 목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독일, 프랑스를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등이 이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주었다. 결국 미국 일극 체제는 종식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패권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며 강압과 지배력보다는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중국이었다.
드러나지 않은 G2체제 실체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정말 G2 체제가 등장했는가 아니면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관계가 단순하게 변화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정치에 관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G2 체제 형성이 피상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미·중 관계의 변혁을 바탕으로 한 G2 체제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조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인가이다.
결론적으로 2011년 현 시점에서 볼 때 G2 체제는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으로서의 부상과 미국의 영향력, 역할 및 리더십의 상대적 약화를 단순화한 표현에 불과하다. G2 체제는 국제 평화와 안정을 주도하는 세력으로서의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을 칭하는 G5나, 서구 선진 민주 산업국가들의 모임으로서 세계경제 질서와 안보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G7(혹은 G8)과도 다르며 최근 세계 금융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려는 선진 산업 강대국뿐 아니라 중견국들도 참여하는 포럼인 G20과도 다르다.
이제 막 싹을 보이는 G2 체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상반된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팽창과 봉쇄로 세력 대결을 벌였던 냉전시대의 미·소 양극 체제와도 성격을 달리한다. 한마디로 G2 체제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소 양국 간의 세력대결(쿠바 미사일 위기와 한반도, 베트남에서의 이념전쟁 그리고 제3세계에서의 수많은 대리전쟁 등)이 현실로 나타날지 여부는 오랜 시간이 경과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예측이 불가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중 합의가 태동하는 시기
미국과 중국 둘 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다. 미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원안보 문제 등 초국가적 쟁점을 해결하는 데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중국 역시 지금의 경제 현대화와 국력 신장을 위해 미국과의 건전한 동반자 관계를 지속하는 전략을 파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개방과 규칙 준수 그리고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현재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 속에서 공생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이 상호 경쟁은 하되 어느 일방이 타방을 세계 무대에서 퇴출시키려 할 때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 세계질서는 미국이 주도해 구축한 ‘개방적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권위주의적 국가 자본주의 원칙’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중국의 합의(Beijing Consensus)’가 태동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이 ‘중국의 합의’가 20세기 초반 소련의 공산주의와 같이 한때 흥기했다가 한 세기 후 자멸하는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식 질서를 대체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세계 지도국들의 과제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실현해야 하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최종철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