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달인’ 우대하는 수석교사제 도입 논의 30년 만에 법제화될까
입력 2011-05-31 18:12
최대 교육 현안… 6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
경기도 율현중의 기술·가정과 백선희(55) 교사는 2009년부터 수석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1주일에 12시간만 학생을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은 학습 모형과 교수법을 연구해 교사에게 컨설팅하는 역할이다. 백씨는 31일 “교사에게 교수 방법을 컨설팅하면서 학부모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돼 매년 새로 수석교사를 선발하는 시범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를 지도하는 교사인 ‘수석교사제’ 법제화가 6월 임시국회의 교육 현안으로 떠올랐다. 수석교사제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등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 정치권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교사 지도하는 수석교사제…시범도입만 4년째=수석교사제는 수업 잘하는 교사가 특정 연차 이상이 되면 전문성을 살려 수석교사가 돼 학교 내에서 교수 방법을 연구하고, 신임 교사에게 수업 컨설팅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석교사제는 1982년 논의가 시작된 뒤 올해까지 30년째 법제화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나 매번 예산 문제, 수석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쟁 등으로 법제화에 실패했다. 지금은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이 관련법을 상정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수석교사제는 여야의 뚜렷한 입장차가 없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5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의 정책협의에서 “수석교사제를 6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차례 법제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2009년 2월 수석교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정도로 제도에 긍정적이다.
2008년부터는 수석교사제가 시범운영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석교사에게는 수업단위시간을 일반 교사의 50% 수준으로 줄이고 월 4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수석교사의 줄어든 수업단위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대체강사를 쓰도록 하고 대체강사비도 지원했다. 교과부는 시범도입 수석교사를 2008년 171명, 2009년 295명, 2010년 333명, 2011년 765명으로 매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시범도입만 4년째가 되면서 정책이 자리잡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교총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수석교사는 수업단위시간을 50% 경감해 연구에 집중토록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수석교사가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 특히 농어촌에 근무하는 수석교사는 대체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이름만 수석교사다. 교과부 지침에는 수석교사 활동비를 월 40만원씩 지원해야 하지만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뜨거운 찬반토론…30년 만에 법제화될까=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되면 당장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수석교사가 정식으로 임명된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마다 중구난방이었던 행정·재정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교육계 내부에서도 수석교사제 법제화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것이 문제다. 교총은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수석교사제가 도입되면 교사, 교감, 교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승진 체제가 행정관리와 교수 경로로 이원화돼 불필요한 승진 경쟁이 사라진다”며 “학생에게도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또 유능한 교사를 독려해 교직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교원 사기도 진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현재 법안에는 수석교사의 뚜렷한 역할과 운영 방향, 교원 확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이다. 전교조는 수석교사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도 법제화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수석교사의 모호한 위상, 교감 등 관리직과의 갈등, 수석교사제 운영 혼선 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충모 전교조 부대변인은 “시범실시 결과 수석교사의 수업단위시간 경감분이 동료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현재 안대로라면 초등학교의 경우 동료 교사에게 수업 부담이 전가되고 중등은 시간강사 채용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학교 운영의 난맥과 수업 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