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만나는 ‘환상의 커플’… 발랄한 웃음 선사

입력 2011-05-30 18:55


‘드라마컬(Dramacal)’이라는 용어가 어느샌가 ‘무비컬(Moviecal)’과 함께 뮤지컬의 한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드라마컬은 드라마(Drama)와 뮤지컬(Musical)의 합성어로 소재를 드라마로부터 차용한 뮤지컬을 가리킨다.

지난 10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환상의 커플’ 역시 ‘대장금’ ‘궁’ ‘선덕여왕’ 등에 이은 또 하나의 드라마컬이다. 2006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 드라마의 팬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의 기본 줄거리는 드라마와 같다. 재벌 사모님 조안나가 기억을 잃은 후 ‘나상실’로 살면서 돈만 아는 총각 장철수와 인연을 맺는다는 이야기. 여기에 조안나의 남편 빌리박과 장철수를 좋아하는 여인 오유경이 얽혀 갈등을 빚는다. 조연인 공실장과 강자가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설정 정도가 드라마와 다를 뿐, 120분의 러닝타임은 16회짜리 드라마를 착실히 압축하는 데 사용됐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시청한 적 없는 관객들로선 몰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의 성패는 처음부터 ‘나상실’ ‘조안나’를 맡았던 한예슬의 캐릭터를 어떻게 재현하느냐에 달려 있었을 터다.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 보니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로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신주연은 기존의 나상실을 제대로 살려내면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은 물론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했던 관객들에게도 어필했다.

또 다른 주연 이가은의 나상실은 드라마 속 나상실과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가은은 제작발표회에서 “(한예슬의) 말투를 흉내 내야 하나 고민했지만 캐릭터가 갖고 있는 도도함만을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꼬라지하고는…” “지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 등의 대사는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 속 가사로 삽입돼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환상의 커플’의 새로운 버전을 기대하기보다 드라마 자체를 좋아했던 팬들에겐 확실히 끌릴 만한 아이템이다.

이주영 연출에 신주연 이가은 김수용 김보강 이창원 정성일 등이 출연한다.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7월 30일까지 공연된다. 7세 이상 관람가로 3만∼5만원.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