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고교선택제’ 2년만에 퇴출 위기

입력 2011-05-30 18:43

곽노현 교육감 “폐단 심해 이대로 놔두기 힘들다”

고교선택제가 도입 2년 만에 폐지 위기에 놓였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30일 “최근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고교선택제의 폐단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현 상태 그대로 놔두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교선택제의 존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이 2009년 도입한 고교선택제는 중3 학생 중 일반계고 지원자에 한해 지역군과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실시한 고교선택제 관련 연구조사 결과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고교 교사 300여명 중 73.5%가 ‘고교선택제의 수정·보완·폐지를 통해 고교 평준화를 강화해아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학교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2.7%에 그쳤다.

고교선택제를 통해 배정된 학교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 차이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서울 일반계 고교 신입생 중 자신이 원하던 학교에 배정된 학생의 66.0%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된 신입생의 만족률은 28.5%에 그쳤다.

이는 고교다양화 정책과 고교 선택제가 맞물리면서 특목고와 일반계고의 학력 격차가 심해진데다 일반계고 중에서도 소위 ‘입시명문’에만 지원자가 몰려 학교의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곽 교육감은 “매년 상위 50% 학생 1만여명이 자율형사립고에 몰리면서 일반계고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상위권이 얇아지고 하위권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고교선택제 하나만 건드린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문제지만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고교선택제 폐지 가능성을 내비치자 교육계에서는 고교선택제의 존폐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고교선택제를 그대로 놔둘 경우 학교 간 학력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고교선택제 폐지가 학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부대변인은 “학생에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제도라고 하지만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입시명문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다가 낙오하면 원치 않는 학교에 가게 돼 성적에 따른 차별교육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모든 제도에는 수정과 개선 과정이 필요한데 갑자기 폐지 얘기를 꺼내 교육 현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특목고, 자율고와 일반계고의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반계고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교선택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