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당권 분리 현행 유지 결론… 與 비대위서 갈등만 노출
입력 2011-05-31 00:24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7·4 전당대회 룰(rule) 확정 마감 시한인 30일 핵심 쟁점인 대권·당권 분리와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 현행 규정을 유지키로 했다. 지난 12일 출범해 8차례 전체회의를 거친 비대위는 전대 선거인단을 21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에만 겨우 합의했다. 비대위는 계파별, 대선주자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과 불신만 드러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전체회의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합의가 안 된 부분은 현행 룰에 따르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출마자는 대선 1년6개월 전 당직에서 사퇴해야 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통합 선출한다.
회의는 오전 3시간, 오후 2시간30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놓고 친박근혜계와 소장파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해 공전을 거듭했다. 이처럼 핵심 쟁점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행을 유지키로 함에 따라 당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전 회의에서 “비대위가 아직도 계파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권영진 의원 등 초선들은 막판까지도 현행 유지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별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아 정 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대위원이 불만을 나타내며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은 “상황이 아작났다(망가졌다)”고 했고, 다른 친이명박계 구주류 비대위원도 “우리는 현행대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단독 회동에 이어 이날 비대위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당헌 유지 방침을 거듭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국회 기획재정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당헌은 수개월 동안 57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당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만한 분은 다 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표의 ‘입김’대로 전대 룰이 결정되면서 미래권력인 그의 파워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이계 구주류 사이에는 “박근혜당이 됐다”는 푸념도 있다.
반면 당권·대권 통합을 주장했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 다만 대권주자들이 기존 240일이 아닌 365일 전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당 상임고문으로 당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중재안을 당헌·당규 소위에서 추가로 논의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