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확대] 김종창, 금품수수? 압력행사?… 檢 칼끝 금감원 심장부로
입력 2011-05-31 00:21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전직 최고 수장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금융 브로커 윤여성씨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검사 강도를 완화해 달라”고 청탁한 점과 관련,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부를 계획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2008년 3월부터 3년간 금감원장을 지냈다.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관련 내용을 물어본다는 수준이지만 김 전 원장이 금품을 받았거나 검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나타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본보는 수차례 김 전 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김 전 원장의 측근은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주목받았다. 구속 기소된 금감원 부국장급 검사역 이자극(52)씨의 공소장에는 이 같은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이씨를 통해 금감원은 물론 감사원과 검찰 수사 내용까지 사전에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울산지검은 2008년 12월 부산저축은행의 골프장 건설 시행사업 비리 수사 내용을 금감원에 통보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정법 위반이 의심되니 금감원 검사를 통해 적절할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울산지검은 통보 공문 뒤에 부산저축은행 간부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골프장 사업을 벌인 부산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의 통장 사본까지 첨부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내용은 부산저축은행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금감원은 검찰 통보에 따라 2009년 2월부터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는데 그때 검사반장을 맡은 이씨는 피검사 기관인 부산저축은행의 감사 강모씨에게 금감원 검사질문서를 미리 넘겨줬다. 둘은 10년간 알고 지내면서 ‘명절 떡값’ 등 금품을 주고받은 사이였다.
검사질문서에는 울산지검이 지적한 사항이 그대로 담겼다. 강씨는 이씨로부터 미리 입수한 검사질문서를 보고 허위 답변서를 작성했다. 부산저축은행은 강씨가 만든 ‘가이드라인’ 답변서 내용을 그대로 금감원 검사반에 제출했다. 이씨는 최종 검사 결과 보고서에 ‘(검찰이 지적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기재, 부산저축은행이 형사고발 등 제재 조치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씨는 감사원이 금감원에 보낸 부산저축은행 관련 대외비 감사질문서도 빼돌려 강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이를 서울 여의도동 금감원 내 문서처리센터에서 강씨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이 시기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3월보다 10개월 앞선 때다. 부산저축은행이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통해 구명 로비를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