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확대] ‘인수위 커넥션’ 의혹… 로비 인물들 자문위 출신
입력 2011-05-30 21:50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올라섰다. 특히 2008년 현 정부 출범 직전 가동됐던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도 계속 불거지는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선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함께 청와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 변호사가 모두 인수위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로비 커넥션 있나=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저축은행 구명 청탁을 한 박 변호사는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쳤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활동하는 인수위는 전 정권의 업무를 파악하고,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정부 부처로부터의 업무보고 등을 청취하는 것은 물론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변호사는 이런 인수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현 정부의 인사들과 교류해온 것으로 보인다. 은 전 위원 역시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검찰은 따라서 박 변호사 역시 부산저축은행과 고문계약을 맺은 뒤부터 청와대, 감사원, 금융감독원에 청탁과 탄원을 한 것 외에 인수위 출신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 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박 변호사가 현 정부에서 청와대 핵심 요직을 지낸 공직자와 친척 관계라는 점을 들어 이 공직자를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나온다. 민주당은 박 변호사가 이 공직자의 삼촌이라며 실명까지 공개했지만 한나라당은 공식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실상 잠적했다. 한 교회 장로이자 명문대 교수 출신인 박모씨가 청와대 또는 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부산저축은행 구명 운동에 적극 나섰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은진수 전 위원의 다음 연결고리는=검찰이 은 전 위원에 대해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라는 이례적 강수를 둔 것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 파헤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조사받은 내용을 청와대 등 고위 인사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은 전 위원을 부산저축은행의 전방위 로비 의혹의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지로 판단하고 로비의 줄기를 추적하기 위해 은 전 위원을 우선 외부와 차단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귀가한 뒤 사건 관련자들과 ‘입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9일 은 전 위원을 대검찰청 청사로 불러 1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30일 새벽 1시를 넘겨 긴급체포하기 직전까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신병처리 수준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결국 은 전 위원을 긴급체포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검찰은 최근 자진 출두한 중요 피의자는 조사를 마친 뒤 일단 돌려보냈다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을 많이 써 왔다.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도 사전구속영장 절차를 통해 구속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