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감싸기’ 비난 피해… 강용석 제명안 회의 시작 5분여만에 처리

입력 2011-05-30 21:41


강용석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가결 처리됐다. 한때 전도유망했던 집권당의 젊은 국회의원이 ‘여대생 성희롱’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언 끝에 정치생명의 종지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에 들떠 끊임없이 여성 비하와 성적 추문을 야기하는 정치인들에게 무서운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료 감싸기’ 결국 포기한 국회 윤리특위=윤리특위는 회의 개시 5분여 만에 일사천리로 제명안을 가결했다. 종전까지 미적대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강 의원이 문제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징계 수위 중 가장 무거운 ‘제명’ 의견을 건의한 뒤에도 두 차례나 처리를 미뤘다. 의결정족수 미달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의가 무산된 것이다.

그러던 윤리특위가 이날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전격적으로 제명안을 처리한 것은 ‘동료 의원 감싸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갑윤 위원장은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전체회의를 또 미뤘다면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에서도 통과될까=공은 이제 전체 의원들이 참석하는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다.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강 의원이 잘못은 했지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명까지 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론, 특히 여성계의 시선이 워낙 엄중한 데다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 ‘쇄신’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제명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 의원에 대한 법원 판단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의원들도 지난 25일 1심 판결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으로 나오자 제명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본회의 의결이 이뤄지면 강 의원은 윤리적인 문제로 제명되는 첫 국회의원이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시절이던 1979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명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박정희 정권에서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정치 탄압의 일환으로 징계동의안을 밀어붙인 결과였기 때문에 차원이 전혀 다르다.

2006년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도 한나라당 탈당에 그쳤을 뿐 제명까지는 가지 않았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