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멍구 몽골인 연일 반정부시위… 中 “규모 커진다” 긴장

입력 2011-05-31 00:30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소수민족인 몽골족에 의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 22주년(6월 4일)을 앞둔 데다 서부의 티베트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세가 안정됐던 지역에서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출발은 생존권 수호=시위는 지난 10일 시우치(錫烏旗)에 있는 한 석탄광산에서 석탄 운송 대형 트럭들이 기존 운송도로를 피해 초원을 가로질러 운행하면서 발생했다.

초원이 망가지자 현지 유목민 30여명이 트럭 운행 저지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유목민 모르건(34)씨가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어 15일에는 광산업체 측이 모르건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몽골족 근로자들을 집단 구타해 1명이 죽고, 7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는 이후 수 주째 계속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남몽골 인권정보센터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8일 몽골족 2000여명이 시우치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유혈충돌을 일으켰다. 인근 둥우치(東烏旗)와 정란치(正藍旗), 시린하오터(錫林浩特) 정부청사 앞에서도 연일 수백∼수천명씩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에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유목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다수의 시위대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다쳤고, 한 여학생은 경찰차에 다리가 깔리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대규모 시위는 30일에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위 상황이 유튜브 등 웹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데다 인터넷을 통해 퉁랴오(通遼), 후룬베이얼(呼倫貝爾), 아라산쭤(阿拉善左) 등 향후 시위장소까지 속속 공개되는 등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족 갈등, 반정부 시위로 비화=모르건씨를 숨지게 한 트럭 운전사가 한족(漢族)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더 확산되는 추세다. 몽골족은 당국의 한화(漢化) 정책으로 갈수록 늘고 있는 한족 유입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터였다. 특히 모든 분야에서 한족들이 절대적 우세를 차지하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체, 식당에서까지 몽골어 사용이 금기시되는 등 몽골의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반감이 쌓여 왔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 사이 석탄 자원이 풍부한 네이멍구의 탄광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몽골족이 점차 삶의 터전인 초원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몽골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말살정책이 폭발하면서 반정부 시위로 비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멍구 공안당국은 몽골족 출신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무장경찰과 보안요원들을 주요 학교에 파견, 계엄에 준하는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고 홍콩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공안당국은 또 경찰병력을 총동원, 시위 발생 가능지역에 대해 원천봉쇄하고 인터넷도 통제에 나섰다.

◇네이멍구 자치구=티베트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등과 함께 중국 내 5대 소수민족 자치구 중 하나다. 북쪽으로 몽골·러시아와 인접해 있다. 인구는 2010년 현재 2470여만명이며, 몽골족 비중은 약 20%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한족(漢族)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