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부끄럽다” 유서… 前 K리그 정종관 목매 숨져

입력 2011-05-30 21:54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 K리그 전북현대 소속 정종관(30·사진) 선수가 30일 승부 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K리그 전북현대에서 2009년까지 활동하다 3부 리그인 챌린저스리그 서울유나이티드에서 뛰어온 정 선수가 오후 1시30분쯤 서울 시내 한 호텔 객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 선수의 시신 옆에선 ‘가족에게 미안하고 승부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다. 모두 내 책임이다. 내가 시킨 거다’는 내용의 A4용지 한 장과 호텔 메모지 5장 등 모두 6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 2명이 언급돼 있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희)는 “이미 구속된 브로커 2명으로부터 정 선수가 지난달 6일 열렸던 ‘러시앤캐시컵2011’ 대회 2경기의 승부를 조작하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받았다”며 “25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정 선수는 곧바로 잠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존의 대전시티즌, 광주FC, 상주상무 등 3개 구단에 이어 정 선수가 소속됐던 전북현대까지 승부조작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승부조작이 K리그 전체에 만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검찰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선수가 최소 20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광주FC 골키퍼 성모(31·구속) 선수로부터 승부조작 가담 대가로 돈을 나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구단 소속 선수 3∼4명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사과문을 발표한 뒤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을 근절하겠다고 천명했다.

최승욱 김현길 기자, 창원=이영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