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관련 감사원장 때 오만 군데서 압력”… 김 총리 발언 ‘실체’는

입력 2011-05-30 21:5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황식 국무총리를 은진수 전 감사위원,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저축은행 비리 3인방’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김 총리는 감사원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감사와 관련해 ‘오만 군데서 청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오만 군데’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

지난 2월 22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한 이 발언(본보 2월 23일자 보도)이 김 총리를 괴롭히고 있다. 당시 오찬장에서 김 총리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전적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했다. 발언이 보도된 후 김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감사를 좀 완화해 줬으면 좋겠다는, 여러 가지 일종의 청탁 내지 로비는 있었다”고 답했다.

은 전 위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김 총리의 발언은 저축은행 감사에 대한 외압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저축은행 국정조사에 김 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압력의 실체를 밝히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김 총리가 지금처럼 계속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총리가 언급한 ‘압력’의 실체로 서너 가지를 예상해볼 수 있다. 우선 이해당사자인 저축은행 관계자들이다. 김 총리 스스로 “저축은행 업계에서 많은 얘기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 데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김 총리가 같은 고교(광주 K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학연이나 지연을 동원한 청탁이 진행됐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감사 대상이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거론할 수 있다. 감사원의 한 간부는 “저축은행이나 금감원 관계자들이 김 총리 쪽에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총리실 관계자도 “금감원이 감사원 간부들을 통해 ‘저축은행 문제는 우리가 조사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검찰에서는 정치권 인사 한두 명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감사원장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감사원을 담당하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도 거론되는데, 김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부인이긴 하지만 감사위원들의 얘기도 원장으로서는 압력으로 여길 수 있다. 현재 은 전 위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또 다른 감사위원 한두 명의 연루 혐의도 제기된 상황인데, 이들이 옆에서 저축은행을 적극 비호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