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만?… 다른 종목도 조작說
입력 2011-05-30 21:51
정종관 자살·축구연맹 관계자 발언 파문
축구 챌린저스리그 소속 정종관(30·서울 유나이티드) 선수가 30일 승부조작을 시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뿐 아니라 각 리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이날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사죄 기자회견에서 안기헌 사무총장이 “사설 토토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해당된다고 들었다”고 밝혀 자칫 축구 외 다른 종목으로 불똥이 튈지도 관심사다. 그는 “몇몇 선수가 불법 베팅에 참여하고 있는데 과거보다는 상당히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수들은 스포츠토토를 해서는 안 되지만 불법 사설 토토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사며 승부조작을 했지만 불법 사설 토토에서는 광범위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라 관심을 끈다.
정 선수는 마산공고와 숭실대를 졸업하고 2004년 전북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2007년 시즌까지 전북 소속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K리그 79경기에서 6골 8도움을 기록했다. 전북 입단 전인 2003년에는 올림픽대표팀 소집 훈련에도 한 차례 참가했고, 그해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기대주였다.
하지만 2009년 병역비리에 연루돼 임의탈퇴 형식으로 전북을 떠난 뒤 지난해 현 소속 팀으로 옮겼다. 정 선수는 복역 후에는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지난해 아마추어 팀이 참가하는 3부 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 소속의 서울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었다.
그는 지난해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고, 올해도 3월 5일 리그 개막 경기에 출전해 7분을 뛴 것이 출전 기록의 전부다. 최근에는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았고, 지난 3월 12일을 마지막으로 구단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챌린저스리그의 경우 프로처럼 선수들이 합숙훈련을 하지 않고 경기가 있을 때만 경기장을 찾아 다소 느슨하게 선수들이 관리된다.
정 선수는 병역비리로 프로축구 판을 떠난 점을 감안하면 주로 승부조작을 알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 선수는 이번 사건으로 창원지검에 구속된 브로커 김모씨와 같은 고교를 졸업했다.
어쨌든 정 선수의 자살로 검찰 수사는 다소 난관에 부닥칠 수 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맹 관계자는 “같은 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추가 관련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챌린저스리그는 2008년 승부조작 혐의로 관련자들이 한 차례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어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