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미군, 1955년 한달에 3~4회 DMZ 고엽제 항공살포”

입력 2011-05-30 18:37

백마고지 근무 예비역 상사 음도남씨 증언

미국 국방부가 한국전에 사용하기 위해 고엽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데 이어 1950년대 중반 미군이 비무장지대(DMZ)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증언이 새로 나왔다.

예비역 육군 상사 음도남(77·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씨는 “55년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근무할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한 달에 3∼4회 DMZ에 고엽제를 공중 살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30일 말했다.

그는 “미군이 비행기로 약을 뿌리기 시작하면 국군은 방독면과 우의를 착용하고 방공호에 들어가 있었다”면서 “비행기가 지나가면 그 아래 풀과 나무는 벌겋게 타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북한군의 교전이 빈번했으나 철망을 친 울타리 2개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철책이 허술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적이 몸을 숨길 수 없게 풀과 나무를 없애는 일을 중요한 작전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음씨의 증언이다.

54년 입대해 다음해 육군 15사단에 배속돼 백마고지에서 한 달가량 근무하다 후방으로 근무지를 옮겼던 음씨는 67년 연천군 신서면 천덕산 인근에서 선임하사로 근무하면서 고엽제를 직접 뿌리는 작전에 참여했다.

그는 “미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대장 지휘 아래 고엽제 분말을 적 침투로에 뿌렸는데 삽 등 장비가 모자라서 대부분 맨손으로 떠서 뿌렸다”면서 “가루를 뒤집어쓴 풀이 벌겋게 타들어가며 말라 죽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60년대 말 DMZ에서 입자 형태 고엽제 ‘모뉴론’ 7800드럼(39만7800파운드)을 한국 군인들이 5m 간격으로 늘어서 기계나 손으로 살포했다”고 기록한 고엽제 전문가 앨빈 영 박사의 보고서 내용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음씨는 20여년 전부터 손가락 끝마디가 구부러지고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에 시달리다 2007년 국가보훈처로부터 국내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국내 고엽제 피해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달리 67년 10월 9일부터 70년 7월 31일 사이에 DMZ 남방한계선 일대에서 고엽제 살포에 참가한 군인이나 군무원을 일컫는다.

음씨는 “민통선 내 출입영농을 하면서 천덕산 인근에 가보니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풀이 나지 않는 곳이 있더라”며 “이렇게 위험한 약품인 줄 알았다면 절대 맨손으로 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