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功無員’… 징계 공무원 “性 접대 시효 지났으니 처벌 낮춰달라”

입력 2011-05-30 17:52

“돈 몇 푼 받고, 술 좀 얻어먹은 게 무슨 큰 죄입니까?”

각종 비리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이 반성은커녕 ‘억울하다’며 적반하장 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라 눈총을 받고 있다.

30일 전국 지자체와 법원 등에 따르면 강원도내 모 자치단체 전직 공무원 A씨는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및 추징금 3700여만원이 확정되자 곧바로 ‘징계수위를 낮춰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저지른 비리 중 일부가 이미 징계시효가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건설부서 간부였던 A씨는 고급 술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건설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업자들은 공사편의를 위해 A씨 접대비로 한 번에 100만∼280만원을 썼고, 성(性)접대도 34차례나 했다. 그러나 A씨는 “일부 향응과 성 접대는 징계시효인 각 3년과 2년을 경과한 만큼 징계사유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주위를 당황스럽게 했다. 법원은 A씨의 소송에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직장 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강등된 강원도 모 지자체 공무원 B씨도 소송을 냈다 패소했다. B씨는 당시 지자체장의 선거캠프에 각종 자료를 넘기고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해임됐다. 그러나 B씨는 강원도 지방소청심사위원회 심사에서 ‘강등’으로 수위가 낮아져 공무원 신분은 유지할 수 있게 됐음에도 복직 후 곧바로 ‘처분이 과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국가적 애도기간인 천안함 침몰사고 비상근무 기간에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여종업원을 성매수한 경찰관 C씨가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망신만 당했다. 법원은 이 뻔뻔한 경찰관에게 “성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경찰공무원이 성매수까지 했다”며 “파면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인천에서는 소방직 공무원 D씨가 뇌물수수로 해임처분을 받은 뒤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으며, 전북에서는 근무시간에 술을 마셨다 품위유지 위반으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공무원 E씨가 소청심사를 요청했다 기각됐다.

경북에서는 우편배달 업무 도중에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해임된 집배원 F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했다. 이 집배원은 2003년 집배 업무 도중 술을 마신 것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에 이어 2008년 음주운전으로 적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고 같은 해 8월 포항에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 또다시 적발돼 해임되자 소송을 냈다.

춘천경실련 하상준 사무처장은 “공직사회 비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내부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인 만큼 외부인사를 감사관으로 영입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