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임도경] 게임중독을 보는 시각
입력 2011-05-30 17:42
“국내 게임이용자 2000만명 넘어…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해법 찾아야”
인터넷 게임이 청소년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 분위기 속에서 ‘셧다운(shutdown)제’를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새벽 6까지 컴퓨터 게임접속이 제한된다.
이렇게 나날이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게임업체들은 기부금 90여억원을 모아 2기 게임문화재단을 출범시키면서 지원활동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재단은 오는 6월 초에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모 대학병원이 맡게 되는 이 센터는 앞으로 상담과 진단을 통해 게임 위험군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센터가 성공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 있을 것 같다. 이들이 과연 스스로 ‘환자’임을 인정하고 상담 전화기를 들어줄지 염려된다. 이 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친지나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이번 치료센터 출범을 계기로 누구를 치료가 필요한 게임중독 환자로 볼 것인지, 또 어떻게 치료해나가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IWILL센터(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 상담센터)에서 청소년에게는 인터넷 중독 검사를, 그들의 부모에게는 관찰자 척도 검사를 각각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당사자격인 청소년은 정상으로 나오는데, 부모의 눈에는 고위험군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른들 눈에 걱정이 앞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 예로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실시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명문 4개 대학 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용현황 조사에서도 이들이 고등학교 시절의 게임 이용시간(주당 2∼5시간 40.8%, 5∼10시간 23.4%)이 오히려 다른 일반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3∼6%)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게임이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결과이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폐는 이용시간보다는 다른 요인이 더 작용하는 것 같다. 지난해 말 ETRC가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 이용 조사에 따르면, 과몰입의 병적 증상과 관련 있는 개인적 혹은 가정적 요소로 자기조절과 사회성,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가치체계 공유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자기조절력이 높고 동료나 친구와 관계가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게임행동을 잘 통제하며, 가족 구성원 사이에 공통의 가치관이나 규칙이 있고 대화가 있는 가정에 속할수록 게임을 강박적으로 사용하거나 일상의 활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우는 적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게임중독자는 이미 개인적 기질상 혹은 가정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져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실제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게임중독자들은 사실 치유센터에 들어서기 이전에 그들의 주변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돌봐줘야 대상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대중문화기술센터 공동설립자인 마리넬리는 얼마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독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은 새로운 기술과 관계없이 인간이 원래 갖고 있던 악”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견을 인용하자면, 이미 게임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에서 ‘게임중독’이라는 말이 사회적 화두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 사용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노력만큼은 모두의 몫이 돼야 할 것이다.
임도경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