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20) 나래식품 신동섭 대표] “만두 빚고, 이웃사랑 빚고”
입력 2011-05-30 17:52
“국민 간식인 만두 빚으며 이웃 사랑도 빚어요.”
전북 임실군 임실읍에 있는 ㈜나래식품의 신동섭(46) 대표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듬직한 아들이자, 축구 꿈나무들의 멋진 삼촌이다. 만두 생산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신 대표는 어릴 적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떠올리며 지역민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5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신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궁핍한 살림 때문에 2학년 때 중퇴해야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6살 때 돌아가시고 홀로 6남매를 키우시던 어머니마저 13년 뒤 눈을 감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져요. 정말 어려웠어요. 학교와 친구들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웠죠.”
이후 사회에 나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친구의 만두공장에서 일을 하다 1993년 운영난에 처한 공장을 6000만원에 인수했다.
‘공장에서 생활하면서 손이 부르트도록 일만 한’ 그는 주위의 신뢰를 얻어 발전을 거듭했다. 2년 뒤 고향으로 공장을 옮기고 나서 2000년 1만1000여㎡의 현 부지를 매입, 새단장했다. 지금은 종업원 200명, 연매출 170억원에 이르는 중견업체로 성장시켰다. 검정고시를 거친 뒤 5년 전에는 늦깎이로 대학에도 진학했다.
회사가 안정되자 신 대표는 주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먼저 유소년 축구교실을 열었다. 1998년 시골 아이들의 활기찬 생활을 위해 초등학생들을 모아 토·일요일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땀을 흘렸다. 이 축구교실에는 해마다 30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코치의 지도 아래 국가대표의 꿈을 다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은 이곳을 통해 진짜 축구선수의 꿈을 이뤘어요. 지금은 목사 공부를 하고 있는 이세현(25)씨는 프로 선수가 돼서 쿠웨이트에서 활약하기도 했지요.”
그는 올해로 13년째, 해마다 2000만∼3000만원의 운영비를 대고 있다.
신 대표의 따스한 눈길은 노인들에게 이어졌다. 임실지역의 노인 비율이 전국 최고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아 발길을 바삐 움직였다.
그는 2005년 12월 읍내 한 건물에 ‘임실나래노인복지센터’를 열었다. 먼저 1억7000만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이후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들을 친부모처럼 돌봤다. 복지센터 내 8명의 유급 봉사자와 2명의 사회복지사는 화요일마다 이들에게 반찬을 배달해 주고, 목요일에는 목욕 봉사를 한다. 평일에는 집안일과 청소 등을 주로 한다.
“어느 날인가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에 찾아갔는데, 방안에 냄새가 찌든 데다 쥐들이 다니는 거예요. 하지만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이에 전체를 청소해 주고 벽지를 새로 해 줬어요. 말끔해진 방을 보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돈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 대표는 “가끔 그 어르신들이 직접 기른 닭이며 채소를 갖다준다”며 미소 지었다. 지금도 센터 운영비로 해마다 1억여원씩 대고 있다.
그는 몇 년 전에는 소년소녀가장 2명을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만 남게 된 후배의 조카들을 데려와 4년간 돌봐줬다.
“처음엔 생활비를 댔지만 아예 곁에 두고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집안에 들여앉혔다”며 “이제 다 커서 군대에도 갔다 오고 청년이 됐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나래식품은 현재 ‘산동’이라는 상표를 달아 물만두와 군만두, 찐만두, 김치만두 등 6개 품목 100여종을 하루에 10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 국방부에도 납품하고 미국과 호주에도 연간 15억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동시스템과 철저한 위생시설은 유명하다. 위생복과 위생모를 쓴 뒤 두 번의 바람샤워를 받아야만 공장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덕분에 외환위기 때와 만두 파동 때는 오히려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3년 전부터는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만두에 들어가는 양파와 배추, 대파, 무 등의 원료를 160여개 농가와 계약을 하고 연간 1400t씩 공급받고 있다. 농가들의 소득향상은 물론 고용창출, 세수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다.
“우리 지역은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좋은 재료를 쉽게 얻고 주민들도 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그의 손길이 미치는 곳은 이밖에도 많다. 신 대표는 4∼5년 전부터 양궁 명문인 오수 초·중·고교에 해마다 1000만원씩 보내 선수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또 사업 시작의 동기를 마련해 줬던 서울 신림동과 상계동에 있는 ‘방과후 공부방’과 복지원 등에도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한때는 임실 장애인연합회 체육회장과 임실읍 자율방범대장 등도 맡아 적극 뒷바라지했다.
겨울철 임실군 내 경로당 노인들은 나래식품에서 보내준 만두를 간식으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늘 어렵게 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소외된 이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다행히 이제는 제가 형편이 되니 조금씩 나눌 뿐입니다.”
신 대표는 “지역 내에 장애인이 2000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듣고 앞으로 ‘장애인 자립장’을 지어 이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선별하는 일거리를 줄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임실=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