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교수 “과학벨트는 지식의 생태계 살아 숨쉬는 열린공간돼야”
입력 2011-05-30 17:46
초창기 밑그림 그린 김도년 교수가 말하는 미래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최종 입지가 대전 대덕 단지(신동· 둔곡 지구)로 선정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내 과학벨트기획단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장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과학벨트 기본 계획(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내년 1월부터 개발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입지 선정과정에서 지역간 과열 경쟁과 정치적 입김설 등 적지않은 후유증을 낳았다. 과학벨트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학벨트 초창기 개념 설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도년(왼쪽 얼굴 사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0일 “과학벨트가 기초과학연구원이나 중이온 가속기와 같은 대형연구시설을 유치하거나 조성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지역 개발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교수는 “당초 과학벨트는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와 산업, 문화, 비즈니스가 결합되는 ‘창의적 생태계’ 형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면서 “‘창의적 지식 생태계’를 위해선 세계적 과학자들이 기꺼이 와서 머물고 싶은 맞춤형의 연구 공간과 매력적인 정주 환경의 제공이 필수적이고, 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학벨트의 실현이 단순한 하드웨어의 구축만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과학을 선도하는 두뇌와 미래 인재들이 함께 연구하는 곳, 즉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 등의 공간과 시설만으로론 부족하다는 것.
선진국의 많은 과학도시들에도 이 같은 필수 과학시설은 당연히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해야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우수한 연구자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연구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파크나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독일의 드레스덴, 싱가포르의 원노스 등이 바로 성공한 과학도시들로 과학자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산업과 비즈니스 등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창조 문화를 형성하는 자족도시들입니다.”
그는 특히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은 지적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도시 공간과 단절돼 스스로 고립되거나 각 연구단별로 개별적 공간을 확보하는 데 급급해선 안되며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자주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할 경우 협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공유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수립될 마스터플랜에는 이러한 개념이 반영된 새로운 과학도시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덕 단지 안에 또 하나의 연구시설을 추가하는 정도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과학벨트기획단은 6월초부터 기초과학연구원장 선임을 위한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를 가동해 올 연말까지 원장을 임명하고 정관 및 직제, 운영 규정 등을 마련해 늦어도 내년 초 쯤에는 연구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 가속기가 들어설 거점 지구 내 상세한 위치와 면적을 정하고 기초과학연구원 캠프스 소재 지자체(대전, 광주, 대구·울산·포항)와 협의를 통해 각 사안별 중앙 정부와 역할 분담 방안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