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당부도 안통하는 노점상 철거… MB와 인연 인사동 ‘풀빵부부’ 어디로…

입력 2011-05-29 23:26


서울 종로구가 최근 노점 철거를 재개해 이를 막으려는 노점상과의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동 풀빵장수 부부’로 알려진 청각장애인 손병철(53) 김숙경(51)씨 부부도 인사동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종로구는 지난 24∼25일 용역 100여명을 동원해 인사동 노점 30여개를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상인들이 다쳤으며, 손씨 부부의 노점도 일부 파손됐다. 손씨 부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뒤 인사동에 들렀다가 ‘일일 풀빵장수’로 도움을 준 인연이 있다.

손씨 부부는 지난달 청와대에 ‘이 자리에서 영업만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고 청와대는 종로구에 노점상과의 마찰을 원만히 해결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노점 철거가 재개됐다.

이번 갈등은 종로구가 지난해부터 보행 편의를 높이고자 인사동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노점을 인근 뒷길로 옮기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종로구는 인사동 노점 76개가 보행에 불편을 준다고 보고 종로경찰서 방면 공터와 낙원상가 앞 공터, 인사동 남쪽 입구에 있는 인사마을마당 공터로 옮기는 계획을 노점상 측에 통보했다.

노점상이 거세게 반발하자 종로구는 가장 혼잡한 구간(인사네거리∼북인사마당)에 있는 16개만 우선 낙원상가 앞 공터와 인사마을마당 공터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점상 측은 “구가 제안한 곳은 인적이 없는 곳”이라며 거절했다. 대신 “밀집 지역인 수도약국 인근 14곳만 북인사마당 중 덜 혼잡한 곳으로 옮기겠다”는 안을 냈지만 이번엔 종로구가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노점과 구청 사이 불신의 골이 깊어진 배경엔 서울시와 종로구의 원칙 없는 노점상 정책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종로 노점 재배치 계획을 세워 종로1∼6가 대로변 노점을 이면도로로 이전하고 특화거리를 조성한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종로구가 약속을 어겼다는 게 노점상 측 주장이다. 2009년 종로2가에서 인사동으로 이주한 노점상 조모씨는 29일 “서울시 약속만 믿고 700만원을 들여 새 점포를 열었는데 매상이 30%나 줄었다”며 “겨우 참고 있는데 또 나가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종로구는 강경한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노점 자체가 불법인데 목이 안 좋다는 말만 한다”며 “다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76곳 중 16곳만 시범적으로 옮겨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화거리 조성에 대해선 “노점상들이 원하는 대문 형태 입간판은 월세 내고 영업하는 상가 입주자들의 불만이 커서 힘들다”고 해명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