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고공행진에 매출 갈수록 줄어

입력 2011-05-29 18:24


30년째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3월부터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려 이를 청산하자니 150여명 직원들의 생계뿐 아니라 지금껏 투자한 공장과 기술력 등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2년 전 시설자금을 대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은 뒤 매달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증가했고,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매출은 갈수록 줄었다. A씨는 “2년 넘게 영업이익이 없고 결제자금은 돌아오고 있어 부도위기에 몰려 법인회생 등의 절차를 밟을 방도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계속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인한 대출 부담 가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 찾기와 부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진화 작업에는 분주한 반면, 중소기업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너무 느긋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中企 이중고…원자재값+대출빚=중소기업중앙회가 29일 중소제조업체 1406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결과’를 보면 가장 큰 경영 애로요인은 6개월째 원자재 가격 상승(64.4%)이 차지했다. 실제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인 CRB지수는 4월 말 기준 370.56으로 8개월 연속 올랐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값 급등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상황이지만 원청업체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K경제연구소는 원자재가격지수가 10% 증가하게 되면 부도업체 수가 1724개, 실업자 수가 1만4138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또한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돈 굴릴 곳이 부족한 시중은행 간의 과당경쟁이 꼽힌다. 지난 1월 오픈한 신용보증기금의 사이버 대출장터의 대출잔액만 보더라도 넉 달 만에 521억3800만원(27일 기준)으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연체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IBK기업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의 1분기 연체율도 모두 상승세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89%에서 0.62% 포인트 증가한 1.49%였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1.25%에서 1.60%로, 1.16%에서 1.40%로 상승했다. 통상 연체율은 연초에 늘고 연말에는 감소하나 그 증가폭이 커졌다.

◇금리인상 ‘딜레마’=이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IBK경제연구소는 “지난해 7월 이후 네 차례 단행된 금리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이자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자금압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출금리 1% 포인트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은행권만 고려해볼 때 4조3976억원에 달한다고 근거를 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또 미국 등 선진국이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게 되면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 갭이 축소돼 국제 자본이 선진국으로 몰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항이어서 정책당국으로서는 금융시장과 중소기업 정책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