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담배회사 “개도국 시장 공략”
입력 2011-05-29 18:16
“열다섯 살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같이 공부하던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담배 광고는 또 얼마나 멋있어 보이든지요. 결국 난 담배로 인해 버거병(혈관 폐쇄로 사지 말단이 괴사되는 병)이 생겼고 1983년 양쪽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담배가 없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환상적이었을까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사는 호세 카를로스 카네이로(64)는 뒤늦게 담배를 원망했다. 이런 흡연자들의 원망에도 담배회사들은 위축되지 않는다. 폐가 ‘싱싱한’ 새 고객 찾기에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유명 담배회사들이 개발도상국의 느슨한 마케팅 규제를 이용해 젊은이, 저소득층 등을 겨냥한 판촉을 펼치고 있다고 29일 지적했다.
각종 규제로 선진국에서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자 눈을 새로운 시장으로 돌린 것이다. 90년 선진국의 담배 시장점유율은 38%였지만 2009년 24%로 떨어졌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62%에서 76%로 상승했다. 전 세계 담배 생산량은 90년 5조개였으나 2009년 5조9000억개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의 미성년 흡연자는 2100만명에 달한다. 나이지리아,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에서는 담배회사가 나이트클럽이나 각종 행사의 스폰서로 나서 젊은이들을 흡연의 길로 유혹한다. 러시아에서는 여성 흡연자 공략을 위해 이브생로랑 같은 패션 브랜드의 담배도 출시됐다.
담배회사들은 규제가 심한 선진국에선 담배 가격을 올리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격을 낮춰 판매를 촉진한다. 영국에서는 20개 들이 담배 한 갑이 6파운드(약 1만원)인 반면 인도나 말라위 등에선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판매가의 77%가 세금이지만 담배 판매량은 느는 추세다.
담뱃잎 생산이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말라위에서는 담배회사들이 공급가 후려치기로 이득을 보고 있다. 2009년 ㎏당 1.06파운드(약 1880원)이던 담뱃잎 가격은 지난해 0.49파운드(약 870원)로 떨어졌다.
지난해 세계 4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BAT), 재팬타바코, 임페리얼타바코는 270억 파운드(약 48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질병관리예방중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흡연 인구는 3억명 이상이며 매년 100만명 이상이 담배로 목숨을 잃는다고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중국 간접흡연 피해자는 어린이 1억8000만명을 포함해 7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