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태풍 영향 폭우·강풍… “후쿠시마 원전 비상”
입력 2011-05-29 23:24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일본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29일 오후 태풍이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람과 비가 잦아들지 않아 방사성 물질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올해 태풍 2호 ‘송다’가 29일 오전 일본 남부 규슈(九州) 지역에 상륙한 뒤 북상하면서 30일까지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했다. 송다는 이날 낮까지만 해도 중심기압이 980 헥토파스칼(h㎩),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당 30m, 순간 최대 풍속은 초당 40m에 달했으나 오후 3시쯤 오사카 남남서쪽 약 280㎞ 해상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송다는 불안정한 대기 상태로 인해 지역에 따라 시간당 30~50㎜의 폭우가 내릴 수 있다. 30일 정오까지 예상되는 강우량은 규슈 180㎜, 주고쿠(中國) 등 중남부 200㎜, 호쿠리쿠(北陸) 등 북부 120㎜,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인 도호쿠(東北) 180㎜ 등이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은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각종 장비를 높은 곳으로 옮기고, 건물 앞에 흙을 쌓는 등 침수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가 지난 3월 사고 당시 수소 폭발 등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벽이 무너진 상태여서 방사성 물질이 고스란히 비와 바람에 노출된 상태다.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바다와 대기 중에 유입될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고농도 오염수의 증가도 예상된다.
영국 BBC방송은 28일(현지시간) 도쿄전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후쿠시마 원전이 태풍에 대비가 미흡하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이번 태풍은 당초 후쿠시마 원전을 지날 것이라는 관측에서 벗어났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여러 차례의 태풍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특히 고농도 오염수 문제는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28일 원전 내 고농도 오염수 처리에 모두 531억엔(약 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 냉각이 늦어짐에 따라 오염수 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처리비용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일본 문부과학성은 원전 부근 대륙붕에서 기준치의 수백배가 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공표했다. 문부과학성은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에서 지바(千葉)현 초시에 이르는 300㎞ 연안 대륙붕 지역의 12개 지점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됨에 따라 해산물 안전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검출된 방사선량 수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