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인색한 유럽車
입력 2011-05-29 17:48
지난해 9만대 판매를 넘어선 국내 수입차 시장이 올해는 무난히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만대 판매는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24년 만이다. 현재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BMW 등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BMW는 1만6798대를 팔아 1위를 차지했고 메르세데스-벤츠(1만6115대)와 폭스바겐(1만154대)이 뒤를 이었다. 유럽차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커지고 있다. 2009년 62%에서 지난해에는 65.4%, 지난달에는 78%까지 급증했다. 반면 2009년 27.9%였던 토요타 등 일본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26.4%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15%까지 떨어졌다.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유럽차들의 공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판매량이 늘 것에 대비, 판매거점 등을 늘리는 한편 올해 관세 인하폭을 미리 적용해 차량 가격도 일부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폭스바겐코리아의 매출(7932억원)도 전년보다 39% 늘었다. 특히 BMW코리아는 지난해 1419억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311억원, 폭스바겐코리아는 3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이들이 기부한 금액은 차량 1대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9년 3020만원을 기부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3056만원을 기부했고 폭스바겐코리아의 기부금은 같은 기간 6312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최근 판매가 부진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오히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한국 현지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한국토요타는 매출 4104억원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한국토요타는 장학사업 등으로 20억원을 기부했다. 이 때문에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한국사회공헌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코롤라 시승회에서는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등 임원들이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움을 준 한국에 감사한다는‘Thank You! Korea’ 배지를 달고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BMW코리아가 30억원의 자본금으로 다음달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미래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한국에서 질주하고 있는 유럽차들이 토요타처럼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시민’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