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 퍼포먼스 ‘마리오네트’] 쉬운 스토리·리드미컬한 비보이 댄스… 한 편의 발레를 관람한 듯
입력 2011-05-29 17:38
마리오네트는 실을 매달아 움직이는 꼭두각시를 뜻한다. 이 꼭두각시 인형 역할을 인간이 대신한다면 어떨까. 사람을 흉내내는 인형을 흉내내는 사람인 셈인데 비보이들이 똑 부러지게 해냈다.
‘마리오네트’는 지난 5일부터 서울 여의도동 63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다. ‘비보이 뮤지컬’이라는 주죄 측의 홍보가 무색하지 않게, 기교에만 치중하지 않고 동화와도 같은 분위기와 이야기가 춤과 어울려, 한 편의 발레를 관람한 듯한 만족감을 준다.
시골 마을의 한 인형가게에서 만난 인형사와 인형이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고, 행복한 공연을 이어가던 중 마법사에게 극장을 뺏길 위험에 처한다는 게 큰 줄거리다. 인형은 매일 공연을 보러 오는 빨간 모자의 소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빨간 모자 소녀는 특정 좌석의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맡게 된다.
힙합에 기반한 안무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마니아들만 열광할 만한 선곡은 피했다. 댄서 한 명의 서커스 같은 퍼포먼스보다 절제된 군무가 더 강조된다. 게다가 무대를 지배하는 건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알기 쉬운 스토리. 리드미컬한 비보이들의 몸은 관절이 자유롭게 꺾이는 고난도의 동작을 힘들이지 않고 해내는데, 이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을 보면 비보이 댄스가 어느덧 당당히 대중문화의 일원으로 편입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유연함이 만들어낸 트랜스포머 로봇 연출 등은 특히 압권이다.
기성세대에까지 친숙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비보이들의 춤 실력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마리오네트’를 공연한 비보이 댄스팀 익스프레션도 국제대회 우승과 해외 초청공연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마리오네트’는 해외에 동영상 등으로 먼저 알려져 2006년 뉴욕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마리오네트 공연이 끝나면 비트박스 등 이들의 ‘장기자랑’이 앵콜 공연으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볼 만하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