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발견한 자연 사진인 듯 그림인 듯… ‘박성실·박소연 2인전-그린 & 블루’
입력 2011-05-29 17:32
한 작가는 그림이고 또 한 작가는 사진인데 두 작가의 작품이 닮았다. 사진 같은 그림이요 그림 같은 사진이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박성실·박소연 2인전-그린(Green) & 블루(Blue)’ 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두 여성 작가는 우선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자연을 소재로 작업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나온 박성실 작가는 영국에서 17년 동안 머물며 자라나는 풀이나 숲 등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그림으로 주목받았다. ‘윔블던 대나무’라고 이름 붙인 기존 작품은 동양의 서정과 서양의 채색이 교감을 이뤘다는 평가다.
지난해 귀국하기까지 서울과 런던, 베이징 등에서 9번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자연에 대한 진솔한 견해와 미학을 화면에 풀어낸다.
자연과 소통하는 그의 작업은 전북 무주 구천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추억에서 비롯됐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거닐었던 풍경을 그림 속에 오롯이 되살리는 것이다.
그것은 공간을 초월한다. “영국의 큐가든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길이 생겼어요. 물결을 보는 나도, 호수 위를 달리기 하는 바람도 신났던 시간이었죠.”
이번에 출품한 신작들은 식물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 작업과 사뭇 다르다. 큐가든 호수를 배경으로 한 ‘바람이 달리는 호수’와 차창 밖으로 미끄러지는 빗방울을 그린 ‘길 위의 여름 비’ 등이 다분히 추상적이다.
원래 추상화를 하다 식물 구상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추상적인 이미지로 되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대한 인식은 변함이 없다.
서울여대 산업미술과와 같은 대학원 공예과를 나온 뒤 미국 애리조나 대학원 석사과정, LA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 연수를 거친 박소연 작가는 아트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무언가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사진을 만나게 됐다. 구체적 목표도 바람도 없이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찾아보겠다는 아우성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감동과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세상에 수많은 형상들을 빛과 색으로 보게 되었고 점점 카메라를 통해 세상의 색깔을 보는 일에 몰입하게 됐다.
그는 말한다. “내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 숱한 색과 바람을 보면서 문득 비 오는 거리와 바람에 휘청거리던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그 시간은 그저 아픔이, 바람이 아니었다는 사실….”
자신의 삶을 더욱 성숙하고 빛나게 한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영상으로 담은 ‘빛으로 그림을 그리다’ ‘바람의 치유’ ‘빛과 색의 향연’ ‘꽃들은 다 아름답다’ ‘빛으로 그린 수묵화’ 등이 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인생과 예술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지나 제자리를 잡은 두 중년 여성 작가의 작품이 잔잔한 삶의 풍경을 전한다(02-734-755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