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1-05-29 17:23


(47) 가상 제8언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있는 동안 일곱 가지 말씀을 하셨다. 가상칠언(架上七言)이다. 가상칠언은 사복음서 내용을 모두 모은 결과다. 누가복음에 3개, 요한복음에 3개, 마태와 마가복음에는 같은 내용인데 1개다.

누가복음의 세 마디가 이렇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요한복음의 세 가지 내용을 보자.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 보라 네 어머니라, 내가 목마르다, 다 이루었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은 똑같이 예수님의 절규를 기록하고 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예수님의 신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십자가에 달려 목숨이 끊어져 가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신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용서하시고, 마음을 여는 사람에게 구원을 선포하시며,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제자 요한에게 부탁하신다. 이에 비하면 마태와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처절하게 인간적이다. 고통당하며 몸부림친다. 왜 나를 버리셨느냐고 하늘 아버지께 부르짖는다. 그런데 바로 이 장면과 연관된 발언에서 구원의 비밀이 드러난다. 아버지는 아들을 버리신다. 아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뜻에 순명한다. 이 거룩한 음모에서 인류 구원이 이루어진다.

이런 눈으로 마가복음을 찬찬히 읽어보면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 달려 계실 때 발언하신 내용이 일곱 외에 하나 더 있다. 말하자면 ‘가상 제8언’이 된다. 15장 37절이다.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숨을 거두실 때 말씀하신 소리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말하자면 그저 비명이다. 그러나 이 발성도 분명히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 계실 때 하신 말씀이다. 마태복음도 이것을 기록하고 있다. 마태복음 27장 50절을 보라.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알 수 없는 큰 소리는 구원의 거룩한 음모와 연관하여 매우 중요하다. 하늘 아버지가 실제적으로 아들을 버렸다. 아들은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영원부터 영원까지 아버지와 하나이시다. 아들로서는 아버지에게서 분리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고통이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존재와 비존재, 영원과 시간을 포함한 모든 흐름에서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사건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갈라지다! 아들은 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몸에서 생명이 떠나가는 그 순간에 큰 비명을 지르신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떠셨을까? 성경에 하늘 아버지의 고통은 표현돼 있지 않다. 분명, 아들보다 더하셨을 것이다. 사람 말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큰 비명을 지르시는 예수님은 얼핏 생각하면 인류의 구세주답지 못하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니까. 그러나 바로 이 장면에서 인류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 잘 드러난다. 그 죄를 해결하시는 하늘 아버지와 아들 그리스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분명히 보인다. 마가복음을 묵상하며 예수의 길을 따라가면서 15장에서는 구절마다 골이 깊었다. 깊은 골마다 뜻이 가득했고 예수님의 흔적이 선명했다. 어떤 날은 하루 내내 한 절에 푹 잠겨 있었다. 신학자 선배에게 메일을 띄웠다. “선배, 말씀이 달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