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한국복음주의 조직신학회 논문발표회
입력 2011-05-29 01:32
[미션라이프] 28일 서울 상계동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제22차 한국복음주의 조직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가 열렸다. 한국성서대(총장 강우정)가 주최하고 한국복음주의 조직신학회(회장 최윤배)가 주관한 이번 발표회는 복음주의 사상, 기독교 변증론, 한국의 대표적 개혁파정통주의 신학자 박형론 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김영한 숭실대 교수는 ‘세속화 시대의 복음주의 사상’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그는 “포스트모던 세속주의 사조인 해체주의, 가이아 이론, 뉴에이지 사상,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체주의는 진리와 가치의 객관적인 존재를 부정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가이아 이론은 자연을 신격화하고 뉴에이지 사상은 인간의식을 신격화하며 종교다원주의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인한다.
그는 또 “진보적 복음주의 내에서도 탈 자유주의, 탈보수주의, 열린 유신론, 온건한 포괄주의 등이 복음주의 정체성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독교의 정통 신앙에 충실한 종교 개혁적 복음주의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 자유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타협해 교리와 진리의 객관성과 영감성을 포기한다. 열린 유신론은 하나님을 인간적인 신으로 평가절하하며 온건한 포괄주의는 죽음 이후에도 회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오로지 성경, 오로지 믿음, 오로지 은혜, 오로지 그리스도는 사상을 뛰어넘은 기독교의 위대한 유산”이라며 “오늘날 복음주의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말씀의 영성, 믿음의 영성, 하나님 초월적 주권신앙의 영성, 십자가 영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일권 고신대 교수는 ‘르네 지라르의 기독교 변증론’ 주제를 통해 “범신론에 근거한 일반적 신화들은 집단적 폭력과 그 희생양을 은폐하는 거짓말인데 반해, 기독교 복음은 희생당한 자의 관점에서 희생양 개념을 뛰어넘는 계시이자 빛”이라고 강조했다. 르네 지라르는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유명하다. 르네 지라르는 한 사회가 사회질서의 위기 국면에서 희생양을 만들고, 희생양을 사회의 적으로 만들어 위기를 돌파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르네 지라르 연구는 한국 기독교 사상계에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 박형룡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최정자 평택대 교수는 ‘박형룡의 신학에서 그리스도의 선지자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박형룡 박사가 그리스도의 삼중직(예언자, 제사장, 왕)중 선지자직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설명하며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의 삼중직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형룡 박사는 선지자직을 ‘성령으로 기름부음 받은 자’로 이해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지자직을 성령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방선영 평택대 교수는 “박형룡의 신앙과 신학적 영향권에는 19세기 청교도적 복음주의 선교사들이 있었고 양전백 목사, 강규찬 목사, 홍성익 선생 등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단과 혼탁한 신학 사상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청교도적 복음주의, 개혁 신학의 영향 하에 있었던 박형룡의 교회론을 다시 한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쾨르의 내러티브 이론에 비추어 복음주의 기독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도 발표됐다. 석종준 침신대 교수는 “‘기초주의’ 인식론의 한계를 문제 삼은 해체주의 신학, 다원주의 신학, 해방 신학 등은 적어도 해법을 제안한다”며 “하지만 복음주의 진영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각종 위협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주의 진영이 정체성을 견지하는 것과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나 같은 해석학적 방안을 고집하는 것은 다르다”며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포스트모던 복음주의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복음서는 예수의 시간이라는 포도주를 담고 있는 가죽부대”라며 “포도주를 보존하려면 반드시 그것을 담는 그릇이 필요한데, 하나님은 그 그릇으로 내러티브라는 가죽부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쾨르의 내러티브 이론을 통해 복음주의 기독론의 해석학적 범위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덕성 전 고신대 교수가 ‘세계교회협의회의 에큐메니칼 성경관’을, 박계순 평택대 교수가 ‘박윤선의 성령의 위격에 대한 이해’를 발표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