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짝퉁 기승 국회는 뒷짐 졌나… “G마켓·옥션 위조품 보상제는 허울뿐”
입력 2011-05-27 18:39
대학생 김모(20)씨는 얼마 전 한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자)에서 유명 브랜드 청바지를 샀지만 ‘짝퉁’ 제품을 받았다. 판매자에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더니 “반품은 배송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말만 돌아왔다. 김씨는 “대형 오픈마켓을 믿고 거래했는데 물건도 못 사고 배송료만 이중으로 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법상 소규모 통신판매업자들이 위조품을 팔아도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오픈마켓은 배상책임이 없기 때문에 오픈마켓을 믿고 거래하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다.
27일 전자상거래업계에 따르면 G마켓·옥션·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마다 자체적으로 ‘위조품 피해 보상제’ 등을 운영 중이지만 짝퉁 판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픈마켓에서 이뤄지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1년 반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오픈마켓이 소규모 통신판매업자까지 신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 오픈마켓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전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2009년 12월 말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고 지난해 4월 정무위 소위에 회부됐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개정안은 소위에서 잠자고 있다. 오픈마켓은 시장 규모가 25조원이나 되고 서민들이 애용하는 유통 채널인데도 국회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대형 오픈마켓들은 자정노력 차원에서 짝퉁 거래를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조품 피해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픈마켓 짝퉁 시장은 모니터링 시간을 피해 새벽에만 기승을 부린다.
특히 G마켓과 옥션이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위조품 200% 보상제’는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조품이 확인되면 2배까지 보상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보상을 받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피해구제 대상이 ‘브랜드온’(G마켓), ‘브랜드플러스’(옥션) 카테고리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120여개 브랜드만으로 제한된다. 또 상품을 받은 뒤 일주일이 지나면 보상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짝퉁 여부를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가 수입신고필증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품 여부를 가리고 있어 가짜 서류를 제출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두 회사는 피해보상 사례가 ‘0’건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실제 피해사례가 ‘0’건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008년부터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는 11번가는 3년간 340건의 위조품 판매를 적발했다. 11번가를 통해 적발된 위조품 판매자들은 G마켓과 옥션에서도 판매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이 70% 안팎에 이르는 두 회사가 자정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며 “단기적으로는 업계에도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성을 갖추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