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일부 언론 성급한 보도에 주민들 초조·불안
입력 2011-05-27 18:38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 한·미 공동조사단이 27일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모 언론사는 이날 신문 1면에 ‘캠프 캐럴 인근 지하수 3곳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1곳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며 전문가들의 멘트를 인용,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하수 사용을 중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자 칠곡군은 다이옥신 검출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날 오후 칠곡교육문화회관 내 수영장의 지하수 사용을 잠정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다이옥신 검출이 고엽제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선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수질검사를 담당했던 포스텍 장윤석(55·환경공학부) 교수는 “검출된 다이옥신은 극미량이기 때문에 식수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현행법상 ‘불(不)검출’ 수준인 극미량이어서 식수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장 교수는 이날 오후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칠곡교육문화회관을 찾아 “지난 22일 교육문화회관과 인근 파미힐스 컨트리클럽, 왜관읍 매원리의 한 식당 등 모두 3곳에서 지하수를 채수해 성분 분석을 실시한 결과, 교육문화회관 1곳에서 다이옥신이 외국의 기준치인 1피코그램/L보다 낮은 극미량이 검출됐다”며 “이는 현행법상 검출되지 않은 ‘불(不)검출’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와 칠곡군의 성급한 지하수 사용 중단 조치로 주민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에 떨었다. 주민 강성규(45·사업)씨는 “다이옥신 검출 소식에 칠곡군이 지하수를 이용하는 수영장 물을 모두 빼내고 수돗물로 교체하는 등 야단법석을 벌이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기는커녕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캠프 캐럴 인근 주민 배윤경(42·여)씨는 “가뜩이나 고엽제 때문에 불안한데 일부 언론에서 정확한 근거도 없이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한숨만 더 늘었다”며 “정부 차원의 조속하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인 버치마이어 대령을 비롯한 미국 측 관계자 6명과 한국 측 관계자 등 20여명으로 이뤄진 양국 합동조사단은 이날 캠프 캐럴 인근 5개 지역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수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