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캠프 캐럴 독극물 매립지역 헬기장 부근 외 2곳 더 있다”

입력 2011-05-27 18:31

경북 칠곡군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독극물 의혹 물질을 파묻은 곳이 지금까지 알려진 헬기장 근처 말고도 2곳 더 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캠프 캐럴에서 33년간 군무원으로 재직한 뒤 미국 버지니아주로 이민해 살고 있는 구자영(72)씨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주장한 1978년의 캠프 캐럴 내 독극물 매몰 및 수거 상황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캠프 캐럴 시설관리부대에 근무했던 구씨는 자신과 상관인 기하이(중국계 미국인 군무원)씨가 1972년 봄쯤 기지 내 BOQ(독신장교숙소)와 소방대 인근 공터에 각각 깊이 30피트(9.14m) 정도로 테니스장 크기의 구덩이를 파고 독극물로 추정되는 온갖 화학물질을 묻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불도저로 구덩이를 팠으며, 기하이씨가 부대 내 창고에서 가져온 화학물질들을 크레인으로 구덩이에 넣었다”며 “이후 내가 불도저로 다시 구덩이를 메우는 작업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덩이 두 곳에는 각각 드럼통 40∼50개, 5갤런짜리 캔 20∼30개, 병 종류 20∼30개 정도를 파묻었다”면서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으나, 베트남에서 가져온 화학물질, 독극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작업은 우리 두 사람만이 했다”고 밝혔다. 또 “2∼3일 정도 걸려 구덩이를 팠고, 1∼2주일 파묻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구씨는 스티브 하우스가 지목한 헬기장 근처 매몰 상황도 직접 봤다. 그는 “당시 매몰은 44 공병대가 직접 했고, 상당히 대규모로 했다. 이후 수거하는 작업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