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나” 전전긍긍… 내우외환에 빠진 청와대

입력 2011-05-27 18:20

청와대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수뢰 의혹이 알려지면서 저축은행 사태가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으로 비화됐다. 집권 4년차 이명박 정부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늦어지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청와대에서는 ‘우리는 동업자인가, 동지인가’라는 자성마저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외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는 동업자만 있지 동지가 없다’는 말들까지 나온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애정과 사랑,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임 실장은 회의에서 ‘반구저신(反求諸身)’을 제시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잘못이 있으면 자신에게 돌이켜 그 원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현재의 위기를 청와대 자기성찰을 통해 극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저축은행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자신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이명박 정부 최초의 ‘권력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때가 되면 각종 루머들이 난무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누구든 예외가 없다는 점”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누가 나오든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직접 민정수석실을 찾아 ‘엄중 처리’를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청와대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마당을 쓸 수 없다는 논리다.

청와대 개편도 오리무중 상태다. 4·27 재보선 패배 직후 5월 개편설이 힘을 얻었으나, 다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개편설이 나왔다. 최근에는 6월 개편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개편이 지지부진하자 현안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등록금 반값 주장,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메가뱅크론, 감세철회론 등 현안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정부에 공을 넘기는 일이 잦다. 일각에서는 ‘참모들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만 일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임기가 1년 7개월 남은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관리보다는 이슈를 만들어나가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