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후] “나선·청진항 사용권 달라” 中 파격적 요구 합의 안된듯

입력 2011-05-27 18:19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북한 황금평 개발과 원정리∼나선(나진·선봉) 도로 보수공사 착공식이 취소된 가운데 도로 보수는 예정대로 이달 말 공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망은 27일 도로 보수공사가 5월 말 착공될 것이라고 지린(吉林)성 정부 인터넷 사이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린성은 이 공사가 나선특구의 중점 사업으로, 북·중 무역협력과 두만강 지역 국제합작개발 사업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훈춘(琿春)과 연결된 이 도로는 전체 길이가 53.5㎞에 이르며, 공사비는 약 1억5000만 위안(250억원)으로 중국 측에서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은 착공식 취소로 나선특구 합작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비쳐지자 서둘러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식 착공식이 막바지에 전격 최소된 것은 북·중 간 이견이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끝내고 26일 귀국길에 오른 시점에 착공식 연기가 공개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당초 양측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28일에는 황금평 개발, 30일에는 이 도로 보수공사 착공식을 화려하게 가질 예정이었다.

나선특구는 지난해 8월, 황금평은 지난 연말 각각 북한의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가 합작 개발하자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양측 간 그동안 개발방식과 관리 등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번 정상회담과 이후 실무회담에서도 의견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과정에서 나선특구의 경우 중국이 동해출항권 확보 차원에서 나선·청진항 항만 사용권을 파격적으로 요구했고, 북한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청했으나 서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평은 투자방식과 토지 임대비용, 개발 이후 관리주체 등을 놓고 이견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면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