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후] 남북현안 배제… ‘비핵화’ 방어 주력

입력 2011-05-27 18:19

27일 마무리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후계세습, 북·중 경협 강화, 비핵화 의제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인물을 살펴보면 북·중 군사협력, 천안함·연평도 등 남북관계 현안 등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모습이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김양건 국제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부재가 먼저 눈에 띈다. 김영춘은 북한 군부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지난 6차례 방중 가운데 5차례나 수행원 명단에 포함된 단골이었다. 김영춘의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다른 군부 실세도 수행원 명단에 오르지 않아 무기도입 등 군사 부문 협력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김양건이 빠진 이유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얘기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북한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도 있다.

강석주 내각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동시에 따라간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강 부총리는 6자회담과 대미관계를 다루는 ‘외교 사령탑’이고, 김 제1부상은 6자회담 수석대표다. 강 부총리가 나서면 통상 김 제1부상은 뒤로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둘 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비핵화 및 6자회담 조기 재개와 관련해 강한 압박을 가했으며, 북한 측이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두 사람을 한꺼번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은 후계세습 문제와 북·중 경제협력 논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처음 방중단에 포함된 장 부장은 그해 8월에도 명단에 들어갔고, 이번에도 포함돼 입지를 과시했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 부장은 3대 후계세습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양저우(揚州)에서 만나 3대 세습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를 만나는 그림이 장 부장의 작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부장은 또 외자유치 창구인 북한 합영투자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북·중 간 논의되고 있는 황금평과 나진·선봉 개발과 관련해 전면에 있는 인물이다.

한편 김정은은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방중을 마치고 돌아온 김 위원장을 국경에서 마중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