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딜레마… 7월 시행 앞두고 분쟁해결 관련법안 낮잠
입력 2011-05-27 18:21
오는 7월 1일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가 담긴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7개월째 발목이 잡혀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위의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분쟁 해결기능의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지난 24일 노동위 규칙을 개정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노동자 위원이 모두 불참해 회의가 무산됐다. 중노위는 이달 말까지 노사정 위원 170명으로부터 노동위 규칙 개정안에 대한 서면결의를 받겠다고 27일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노동위가 새로운 업무를 관장하려면 근거법인 노동위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야 한다”면서 “노동위 규칙에 담는 것은 위법이며 월권”이라고 말했다.
양 노총은 일부 야당과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조항을 바탕으로 한 노동위법 개정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는 비정규직 노조 등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며 노·노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도입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노조가 두 개 이상일 경우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토록 하며,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자율적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야 한다.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은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분쟁을 노동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위 규칙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노조법에 따라 노동위가 교섭창구 단일화 분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계의 노조법 재개정 요구 때문에 노동위법 개정안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노동분쟁 재심절차 임의화 등 다른 쟁점 조항을 노동위법에 포함시켜 법안 처리 지연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노사관계를 전공한 한 교수는 “부당해고 구제사건 등에서 중노위 재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도록 한 조항과 노동위 공익위원을 선정할 때 노사 대표의 배제권을 삭제한 조항 등이 법안 처리 지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