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대신 기름띠·쓰레기 둥둥… 도심 실개천 애물단지 우려
입력 2011-05-27 18:21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시민에게 쾌적함을 주기 위해 조성된 서울 시내 일부 실개천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기름 찌꺼기가 떠다니고 냄새가 나 인근 주민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염된 실개천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구가 계속 투입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실개천 주변에 녹지 등을 조성해 자연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예산 320억원을 들여 시내 10곳에 실개천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종로구 대학로 주변, 성북구 국민대 앞, 성동구 뚝섬역 주변, 송파구 남부순환로변, 구로구 거리공원 내, 중구 남산실개천 등 여섯 곳은 공사가 끝났다. 두 곳은 다음달 완공되고 나머지 두 곳은 계획이 변경돼 공사가 중단됐다.
이 사업은 흘려버리는 지하철 용수를 활용해 하수처리 비용을 줄이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일부 실개천은 이미 오염된 상태다. 27일 찾은 종로구 대학로 주변 실개천 일부 구간엔 기름띠가 선명했고 부유물이 떠다녔다. 쓰레기도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서울시는 이 실개천을 만드는 데 예산 36억원을 들였다.
뚝섬역 주변 실개천도 비슷했다. 성동구 직원들이 청소하기 위해 물을 전부 빼놓아 바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압 분무기로 청소하던 한 직원은 “지하철에서 나오는 녹물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를 해도 깨끗하게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지나다니는 인근 주민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며 불만을 많이 제기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시내에 조성된 실개천은 자연정화가 안 되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실개천은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에서 나오는 물을 수원으로 활용하는데, 이 물에는 인과 질소 등의 함유량이 높아 녹조현상 등 수질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 서울환경연합 이현정 팀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개천을 살리려면 자연정화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구 남산실개천은 맑고 투명했다. 시민들이 실개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구 관계자는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실개천 용수가 통과하는 가압지점에 여과 및 소독 장치를 설치했다”며 “친수 용수 권고 기준에 맞게 수질 관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