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한 믈라디치 대답도 못할 만큼 쇠약”… 재판부 신문 중지

입력 2011-05-28 01:03

16년 만에 체포된 보스니아 내전의 특급전범 라트코 믈라디치(69)가 27일(현지시간) 세르비아 특별법정으로부터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의 송환 결정을 받았다. 특별법정 대변인 마야 코바체비치는 “건강 상태가 재판을 받아도 될 정도라는 게 입증됐고, 송환을 위한 조건들이 충족됐다는 결정을 재판부가 내렸다”고 현지 탄유그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믈라디치는 법정에서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한 모습이었다. 믈라디치는 26일 세르비아 법정에 출석했지만 정신·육체적으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재판부가 신문을 중지시켰다고 믈라디치 측 변호사 밀로스 살지치가 밝혔다. 살지치는 “믈라디치는 체포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 소환에 관해선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체포 당시 믈라디치는 2006년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 비해 현격히 늙은 모습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체포될 때 저항하지 않고 경찰에 순순히 협조했다. 한쪽 손이 마비된 것처럼 보였고 분별력이 없는 것 같았다는 목격담도 있다.

현지 방송 ‘B92’에 따르면 세르비아 경찰은 믈라디치와 닮은 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북부 작은 농촌의 그의 거주지를 급습했다. 그는 두 달 전부터 친척집으로 알려진 곳에 머무르며 건설노동자로 일해 왔다고 한다. 2008년 체포된 또 다른 특급전범 라도반 카라지치와 달리 수염을 기르거나 변장하지 않았다.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에서 학살된 보스니아계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 주민의 유족들은 안도감을 표시하고 조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카라지치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옛 유고 대통령은 2006년 감옥에서 재판 도중 사망했다. 판결에 따른 처벌을 보고 싶다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다.

한편 믈라디치 검거를 계기로 세르비아는 숙원 사업이던 유럽연합(EU) 가입 행보를 본격화했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7일 “우리는 EU 가입을 원한다. 세르비아는 이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