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탐욕이 빚은 핵폐기물을 격리시키는 특명… 서울환경영화제 상영 ‘영원한 봉인’

입력 2011-05-27 17:31


먼 옛날 인간은 불 다루는 법을 배웠다. 다른 어떤 생명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인간은 세계를 지배했다. 어느 날 인간은 새로운 불을 발견했다. 아주 강력해서 절대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인간은 우주의 힘을 가졌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공포가 밀려왔다. 새로운 불은 에너지를 주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을 지녔다. 새로운 불은 모든 생명을 태웠다.

‘영원한 봉인’은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건설되고 있는 핵폐기물 영구 보관소를 다룬 영화다. 핀란드는 핵폐기물 처리방법을 고민하다 이를 완전히 격리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반감기를 거쳐 무해한 것으로 환원되는 10만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도록 ‘온칼로’라는 지하 저장시설을 만들어 이곳에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2100년까지 수백m 지하에 핵폐기물을 채우고 입구를 시멘트로 ‘완벽하게’ 막아 영원히 봉인한다는 계획이다.

언뜻 최선의 선택인 듯 보이지만 영화는 온칼로 프로젝트가 과연 안전한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온칼로 입구에 핵폐기물을 저장해 둔 곳이라는 표식을 남겨둔다고 해도 10만년 뒤 생명체가 과연 지금 우리의 언어나 표식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대 인간이 불과 4500년 전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문자조차 완전히 해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때 이는 절대 기우가 아니다.

영화는 인류의 탐욕이 빚은 핵폐기물이 결국 지구 전체를 죽음에 몰아넣는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위험을 유려한 화면으로 경고한다.

2010년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린스크린 대상작으로 지난 18∼25일 열린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쟁점 2011’ 부문에서 상영됐다. 서울 정동 환경재단 내 그린 아카이브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