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강압수사에 미련 못 버린 검찰

입력 2011-05-27 17:25

지난달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경북 경산시청 공무원이 수사과정에서 대구지검 담당 검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엊그제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다. 감찰본부는 여러 정황을 조사한 결과 검사의 폭언과 폭행 사실을 기록한 고인의 유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검이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검사를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하니 머지않아 진상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결백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나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인 만큼 검사 폭행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뇌물수수 혐의 등에 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자살한 고인의 유서에 적혀 있는 가혹행위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다. ‘수사과정에서 욕설을 하고 손찌검을 했다. 뺨을 3번이나 맞고 가슴도 맞았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 등으로 묘사돼 있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는가.

그렇다면 허위 진술 강요 등 검찰의 강압수사 악습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인권을 외면해 온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정계, 관계, 재계 인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사건이 터졌다. 그럴 때마다 검찰은 기존 수사관행을 바꾸겠다고 강조하곤 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취임 이후 ‘신사다운 수사’ 등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수십년간 점철돼 온 악습을 고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단지 검찰이 진일보한 게 있다면 강압수사를 대부분 부인하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 왔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수사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검찰 개혁 움직임을 무마하기 위해 ‘정책적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진정성을 보이려면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수사 시스템을 인권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불행한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