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최철희 교수팀, 극초단파 레이저 빔 쪼이는 방법으로 뇌에 약물 전달 어려움 해결 길 찾았다
입력 2011-05-26 21:27
사람의 뇌혈관에는 유해한 세균이나 화학물질 등의 침입을 막아주는 보호 장치인 ‘혈뇌장벽(세포막의 일종)’이 있는데, 포도당이나 산소 등 뇌에 필요한 극히 일부 물질을 빼고는 이 벽을 통과할 수 없다. 동시에 치료에 필요한 약물도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뇌로 전달되기 어려웠다.
국내 연구진이 레이저 빔(빛)을 이용해 뇌 약물 전달의 난관을 해결할 길을 열었다.
카이스트(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철희(사진) 교수팀은 극초단파 레이저 빔을 1000분의 1초 동안 쥐의 뇌혈관 벽에 쪼여 혈뇌장벽에 일시적으로 틈을 만들고, 이 틈을 통해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쪼이면 순간적으로 혈관 내피세포가 수축하면서 혈뇌장벽에 틈이 생기고 약물이 흘러나와 뇌에 이르는 통로가 확보됨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레이저를 쪼여 혈관 내피세포가 일시적으로 혈뇌장벽 기능을 잃더라도, 5분 정도 뒤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레이저 치료 과정에서 세포나 조직이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의 뇌에 적용하려면 레이저가 쥐보다 두꺼운 사람의 두개골을 투과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황반변성 등 망막 질환에 먼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망막에도 혈뇌장벽과 비슷한 기능과 구조의 망막혈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