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연결 유일한 통로… 이집트, 라파 검문소 5월 28일 개방
입력 2011-05-26 18:56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Rafah) 검문소가 28일부터 개방된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2007년 이후 4년 만에 주민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게 됐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봉쇄 무력화될 듯=이집트 과도 군사정부는 25일(현지시간) “라파 검문소를 28일부터 개방하며, 이 조치는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 검문소는 금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된다고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가자지구 150만 주민들은 4년 만에 국경 봉쇄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집트 비자가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자유롭게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지난 2월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친(親)미·이스라엘 정책을 펼쳤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을 지지해 왔던 그간의 외교 정책을 뒤엎는 것이라 향후 중동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나통신은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할 상태를 끝내고 민족 간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민족 간 화해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각각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파타 간 화해를 말한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라파 검문소 영구 개방 문제를 하마스 측과 협상하면서 파타와의 화해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하마스는 이에 합의했다.
◇가자지구 봉쇄정책 역사=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자 가자지구로 통하는 모든 검문소를 폐쇄했다. 하마스 고사작전에 나선 것이다. 이집트도 이를 도왔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식량 및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을 받아 왔다. 라파 검문소가 닫히자 라파 국경마을과 15㎞ 정도 떨어진 이집트 국경마을을 연결하는 수백 개의 비밀 지하터널이 생겨났다. 이곳을 통해 생필품과 염소 양 등 가축이 밀수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집트는 특별한 경우 라파 검문소를 가끔 열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북부와 이어지는 ‘에레즈’ 검문소를 거의 열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 북부 주민들은 사실상의 죄수”라고 묘사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가자지구 봉쇄는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난해 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