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물러날수 있다”… 리비아 외무차관 “정전협상서 모든 선택 가능”

입력 2011-05-26 18:57

리비아 정부가 정전 협상을 제안하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퇴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칼레드 카임 리비아 외무차관은 “앞으로 협상에서 모든 정치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임 차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당장 물러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가 명목상 지도자로 남거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방안은 지난해 개헌 과정에서 이미 논의됐다”고 말했다.

리비아 정부는 또 여러 외국 정부에 알바그다디 알마흐무디 총리 명의로 서한을 보내 정전 협상을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서한 사본을 입수해 전했다. 카다피 측은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의 감시 하에 반정부세력과의 조건 없는 협상을 요청했다. 이전의 성명과는 달리 앞으로 카다피의 역할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게 서한의 특징이다.

리비아 정부의 입장 변화는 서방의 강온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5일 정상회담 뒤 “공격은 계속된다”며 카다피를 강하게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지난 24일 개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수도 트리폴리를 공습했다. 미국은 스마트 폭탄을 나토군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다피와 그의 가족이 해외로 망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서방 국가들의 ‘신호’가 카다피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지적했다.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싶다는 게 서방 국가의 속내라는 것이다. 영국은 리비아 공습에 지금까지 약 1억 파운드(약 1770억원)를 썼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